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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

길 건너 신축 공사장 굴착기 소리
뿌리처럼 뻗어와
20층 공중을 흔들어댄다.

바닥을 끌어내려
더 깊은 허공 만드는 소음과 분진
유목遊牧의 경로를 털어내듯
지하가 깨어나고 있다.

팰수록 명징해지는 구렁

위가 벼랑이고
아래도 벼랑인 세상을 딛고 서서

어쩌자고,
어쩌자고 나는
허공에 빨래를 널고 있는가.


--채선 시집 ‘삐라’ / 한국문연

 

장소성에 있어 삶의 방식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두 가지가 아닐까. 먹이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유목과 한곳에 터를 정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 대부분은 한곳에 정착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사정으로 인해 떠돌이 삶은 계속되고 있다. 도시는 날마다 공사 중이다. 건물을 높이 올리기 위해 터를 깊게 파는 작업장 옆이라면 소음은 물론 강한 진동에 머리가 다 어지럽다. “유목의 경로를 털어내듯” 더 깊게, 더 높이 건물을 짓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얼마나 깊고 단단한 뿌리를 내리려는 걸까. “지하가 깨어나”고 있다. 수십억년 잠들었던 지하가 허공이 되는 현실. “위가 벼랑이고/ 아래도 벼랑인 세상”. 사는 일이 “허공에 빨래를 널”듯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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