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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국제스모연맹 한국지부장

 

한국의 전통 기예인 씨름은 모래판 위에서 허리께 샅바를 걸친 두 사람이 힘과 재주를 통해 상대를 쓰러뜨린다는 점에서 일본의 스모(相搏)와 매우 유사하다. 서기 642년, 백제의 사신이 일본으로 건너와 호위병 간의 접대 스모 경기를 했다는 기록이 ‘일본 서기’에 나타나 있듯이 학계에서는 두 종목의 연관성이 최소 약 1천300여년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일찍이 한국의 씨름과 일본의 스모의 유사성을 이해하고 또 이를 통한 양국의 스포츠 친선 교류에 앞장 선 것은 물론 씨름-스모의 가교 역할을 이어온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박광수 경기도씨름협회 부회장이다.

전국 각 지사를 갖춘 중견 전세·셔틀버스 전문업체의 대표인 박광수 부회장은 비록 전문 선수는 아니지만 전남 신안 하의초 시절 교내 씨름 대표를 지내며 씨름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서울로 상경, 경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한 박 부회장은 1992년 셔틀버스 전문기업 ㈜토탈포커스를 설립하며 전문 경영인으로서 활동했고 2001년 현재의 상호인 제로쿨투어 대표로서 약 13년 간 업체를 운영해 왔다.

그러던 중 그가 경기도 씨름의 후견인 노릇을 하게 된 것은 지난 1994년. 현재 동종업계 대표이자 마찬가지로 도 씨름을 위해 후원 중인 김진영 도씨름협회 부회장에게 최영화 도씨름협회 전무이사를 소개받으면서 부터다.

그 인연으로 도씨름협회 이사직을 수행한 그는 1998년 부회장직을 맡게 된 이후 현재까지 20년 가까이 경기도 씨름의 발전을 위해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에는 제2대 국민생활체육 경기도씨름연합회장에 취임하며 지난해까지 2년 간 경기도 엘리트 씨름은 물론, 생활체육 씨름의 저변 확대와 프로그램 개발에도 앞장 서 왔다.

20년 간 경기도씨름협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씨름의 발전을 위해 그가 병행했던 것이 있다.

바로 이웃나라 일본의 국기인 ‘스모’국제연맹인 국제스모연맹(ISF·International Sumo Federation)의 한국지부장 직을 맡은 것이다.

일찌감치 스모의 세계화를 부르짖었던 일본은 지난 1983년 국제스모연맹을 발족시키며 세계 각국으로의 스모 보급을 꾀했다.

더욱이 1997년 여자 스모의 활성화를 위해 여자 스모 대회를 열기도 했던 스모는 지난 1998년과 1999년 올림픽공인종목협의회(ARISF)와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에 나란히 가입하며 국제 무대로 더욱 발돋움했다.

올림픽공인종목협의회는 전 세계 경기종목별 세계 최고의 총괄기관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협력단체인 국제경기연맹(IF)의 협의기구로서 IOC에는 공인을 받았지만 올림픽 정식 종목에는 채택되지 못한 종목 연맹 간의 협의회다.

가맹 종목으로는 스모를 비롯 야구·소프트볼, 볼링, 당구, 스쿼시, 롤러, 댄스스포츠 등 올림픽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33개 종목이 있다.

그리고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는 국제경기연맹을 포함해 하계올림픽종목협의회(ASOIF), 동계올림픽종목협의회(AIWF) 및 올림픽공인종목협의회에 가입된 모든 종목을 총 망라, 전 세계 96개 종목 단체가 가입된 최대 스포츠 단체다.

일찍이 도씨름협회 이사로 재직하면서 도씨름협회와 일본 오키나와현스모연맹 간의 교류전에 참여하며 일본 스모 단체와 긴밀한 연락관계를 취했던 박 부회장은 1994년, 국제스모연맹의 초대 한국지부장을 맡으며 한국 씨름과 일본 스모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10개국에도 미치지 못했던 국제스모연맹 회원국은 어느덧 유럽 27개국, 아시아 22개국, 미대륙 15개국, 아프리카 15개국, 오세아니아 5개국 등 전세계 84개국으로 늘어났다.

지난 2009년 정식 출범한 씨름의 국제조직인 세계씨름연맹 회원국이 현재 43개국인 것에 비하면 세계 무대 진입을 위한 일본의 전략이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가라데와 더불어 일본이 국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일본 스모는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노리고 있다.
 

 

 


비록 오는 2020년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에는 스모가 28개 정식종목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일본은 스모의 올림픽 진입을 위해 외교적으로도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스모의 국제 무대 진출을 위해 체급을 경량급(85㎏이하), 중량급(115㎏이하), 무제한급(+115㎏) 등 3개 체급으로 나눴고 여성의 경우도 각각 65㎏급, 80㎏급, +80㎏급으로 세분화 했다.

만약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경우 총 금메달이 6개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게 점처지고 있다.

또한 유도와 태권도의 전례에서 비춰봤을 때 국가별 체급 쿼터제가 적용될 경우 종주국 일본이 메달을 독식하기 보다는 그 종목을 최대한 이해하고 있는 국가가 메달권 진입이 유력하다.

박 부회장이 주목하는 점도 바로 이 부문이다.

국제스모연맹 한국지부장을 맡으며 씨름 선수들을 이끌고 몇 차례 국제 스모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박 부회장은 국제 무대에서 한국 씨름이 스모의 룰을 통한 경기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느꼈다.

박 부회장은 “러시아의 삼보, 몽골의 부흐 등 스모와 유사한 몇몇 종목이 있지만 한국의 씨름 선수 출신이 스모 월드 챔피언십이나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입상하는 등 경쟁력이 있다. 만약 올림픽 정식 종목이 채택될 경우 전략 종목으로 충분히 메달권을 노릴 만 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올림픽 개최 7년 전에 정식종목을 확정지어야 한다는 ‘올림픽 헌장’은 언제든지 개정이 가능하다. 현재 28개로 한정된 2020 도쿄올림픽의 정식 종목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발언한 만큼 스모의 올림픽 진입 가능성도 열린 상황이어서 향후 진행 상황을 주목할 만하다.

만약 스모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될 경우 박 부회장은 지금까지 국제스모연맹 한국지부장으로서 다져온 20여년 간의 노하우와 스포츠 외교력, 행정력을 동원해 빠르게 대한스모연맹(가칭) 설립을 추진, 올림픽 전략 종목으로서의 발전을 꾀한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씨름과 스모의 가교 역할을 하며 열과 성을 아끼지 않았던 그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국내에서의 씨름의 위상이다.

1980년대 국민 스포츠로 사랑받았던 민속 씨름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잇따른 팀 해체를 겪으며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들어 대학씨름 활성화와 생활체육 씨름 활성화 등으로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예전의 영광을 잇지 못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일본 프로 스모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스모협회는 물론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스모 선수 출신의 은퇴 후 진로에 대해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씨름은 대학을 진학한 뒤에도 실업 무대로 진출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은퇴 후 생활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며 “전통 스포츠로서의 가치와 긍지를 잇기 위해서도 정부 또는 대한체육회 차원의 씨름 지원이 요구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그는 “어찌보면 굳이 씨름이 있는데 ‘스모’ 관련된 일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국 씨름의 발전을 위해서 활동한 것”이라며 “한국 씨름이 예전의 명성과 영예를 되찾아 세계로 나아가는 스포츠가 되기를 경기도 씨름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고 밝혔다.

취재 김태연기자 tyon@kgnews.co.kr

사진 노경신기자 mono316@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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