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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화제작 '이반리 장만옥' 이유진 감독

이유진 감독 첫 장편, 유쾌한 퀴어 코미디 완성
중년 여성의 성장과 용기를 그린 이야기

 

빠르게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작품이 있다.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에서 상영된 영화 ‘이반리 장만옥’(감독 이유진)이 그 주인공이다.

 

레즈비언이자 퀴어바 ‘레인보우’를 운영하던 만옥이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고향 이반리로 돌아가 마을의 편견과 부당한 시선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남편이 이장으로 있는 마을에서 이장 선거에 출마하며 스스로를 드러내고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을 담았다.

 

연출을 맡은 이유진 감독은 1991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 단편 ‘굿마더’, '나들이' 등으로 수상 경력을 쌓았다. 이번 작품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경기신문은 영화 상영 직후 이유진 감독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Q.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A. 전작 단편들도 다 퀴어 영화였다. 그런데 퀴어 영화를 포함해 소수자 영화들을 보면 대체로 불행 서사가 강조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유쾌하게 보면서도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풍자가 담긴 코미디를 꼭 만들어보고 싶었다. 아무도 만들지 않으니 내가 보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다.
 

Q. 성소수자에 더해 중년 여성 캐릭터를 내세웠다. 유쾌함과 현실감이 공존하는데 연출하며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나.


A. 이 영화가 독립영화 중에서 아마 조연이 가장 많은 작품일 거라 생각한다. 케이퍼 무비처럼 각 인물이 유기적으로 얽힌다. 그래서 한 캐릭터 한 캐릭터가 현실적이고 사랑스럽고 또 모순을 품게 하고 싶었다. 120분 안에 이 캐릭터들을 세공하는 데 가장 집중했다. 단순히 ‘이반리 주민=혐오 집단’이 아니라 주인공에게 뻗어나가는 한 명 한 명이 관객에게 닿았으면 했다. 그 부분을 가장 고민하며 작업했다.

 

Q.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A. 맞다. 성소수자나 중년 여성은 영화 안에서 굉장히 비주류다. 상업적이지 않고 대중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이분들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고,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면 관객들이 극장을 나갈 때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가장 큰 목표였다.

 

 

Q. 만옥 캐릭터에서 가장 주력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A. 가장 중요했던 건 변화였다. 처음에는 만옥이 자존심이 세고 고집이 많은 인물로 보인다. 이반리에 내려가서도 전남편에게 반발하기 위해 이장 선거에 나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다른 성장하게 된다.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캐릭터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이 변화가 영화 내내 서서히 드러나고, 마지막에 인터뷰와 나레이션으로 관객에게 분명하게 전달되도록 설계했다.

 

Q. 시골 공동체와 퀴어 정체성의 충돌을 담으려 한 의도가 있었나.


A. 맞다. 그게 가장 크게 보이는 게 재연이라는 캐릭터다. 재연이 서울에 있었다면 친구도 많고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며 얘기할 기회도 많았을 거다. 하지만 시골에선 더 고립되고 외롭다. 그걸 시골이라는 배경과 재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

 

Q. ‘이반리로 돌아간다’가 아니라 ‘이반리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영웅 서사에서 주인공은 가장 불편한 곳으로 돌아가 과거를 마주하고, 그 안에서 자기 환경을 바꾼다. 나는 이 이야기를 영웅 서사라고 생각했다. 보통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말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다. 왜 사회가 바뀌지 않고, 혐오받는 이들이 떠나야 하나. 그렇지 않다. 부수든 부대끼든 그 안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게 만옥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반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Q. 관객들이 어떤 시선을 되돌아보길 바라나.


A. 나는 외로움과 고립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편견 때문에 “불편하다” “싫다”는 감정이 쉽게 나오지만 사실은 그 안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외로움이 있다. 극장에서 그 이야기를 함께 경험한 뒤에 “저 사람도 외로운 사람이구나”, “이 사회가 외로움을 더 증폭시킬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품고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대하고, 함께 살아갈지에 대한 질문을 안고 나갔으면 한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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