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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집에 관한 단상

 

나의 아침은 까치가 연다.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청량한 울음에 눈을 떠 밖을 내다보면 미루나무 높다란 가지에 둥지를 튼 까치가 새벽을 물어 나르는지 연실 재잘거린다. 태풍만큼 강한 바람이 불던 날 까치둥지가 걱정되어 밖을 기웃거려본다. 나무는 바람의 방향으로 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했지만 둥지는 끄떡없이 바람을 견뎌내는 것을 보면서 까치의 건축술에 또 한 번 놀랐다.

겉보기엔 엉성하기 짝이 없는 둥지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고 바람을 막아내고 하루를 노래한다. 가끔은 내 창가에 와서 안을 기웃거리며 나의 동정을 살피기도 하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친구가 된 듯 정겹다.

도심에서는 흔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어 참 좋다. 달빛 환한 날 안방까지 스미는 빛에 잠을 청하고 가끔씩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혹여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을까 하며 우연에 기대어 보기도 하는 날이 잦아지는 걸 보면 아마도 세월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고층, 초고층으로 높아지는 빌딩 숲에서 빨리 빨리, 다급함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요즘이다. 이웃에 누가 사는 줄도 모르고 승강기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먼저 인사를 하기도 민망하여 망설이다 내리기가 일쑤다.

서로가 바쁘게 살다보니 이웃과 소통할 기회도 적어지고 아래윗집에 누가 사는 줄도 모르고 어느 날 사다리차가 짐을 옮겨 싣고 있으면 누구네 이사가나보다 하면 그만인 채로 살아가는 세대들이 비일비재하다.

이웃 간에는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옛말이 참으로 무색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어릴 때만 해도 떡을 하면 이웃에 먼저 돌렸고 하다못해 기름 냄새만 풍겨도 이웃을 먼저 챙기곤 했다. 옆집에 밥을 먹는지 국수를 삶는지 담 너머로 넘겨다보며 동기간보다 더 친절하고 다정한 것이 이웃이기도 했다.

이런 아름다운 정서를 이젠 찾아보기가 싶지 않다. 언젠가 산행 중에 산 중턱에 있는 오두막을 만났다. 야트막한 초가다. 오래 비어있었던 듯 거미가 세 들어 살고 있었고 흙벽돌 떨어져나간 틈으로 저물녘 스미는 햇살이 그림 같은 집이다. 어느 노부부 시인이 손을 봐서 살 예정이라고 했다.

자그마한 텃밭이며 군불을 지폈던 흔적이 있는 아궁이, 그리고 무엇보다 툇마루가 있어 좋았다. 그 마루에 걸터앉아 산 그림자도 불러들이고 때때로 들짐승 날짐승 오가는 길목에 그 놈들 먹거리 한 줌씩 놓아주면서 친구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막연한 부러움이 앞섰다.

그 노부부는 산행에 지친 사람들 잠시 쉬어가는 쉼터가 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저 물 한 모금 나눠 마시고 세상사는 이야기 잠시 빌려 들으며 해 뜨면 일어나 산새들 노랫소리에 장단 맞추고 산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꽃이 풀어놓는 수다에 눈도장 찍어주면서 산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정말이지 집이란 이런 것이다. 욕심내지 않아도 가족끼리 행복할 수 있고 좋은 집이 아니어도 편안할 수 있으며 더불어 살 수 있는 이웃이 함께 하는 그런 집이었으면 좋겠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상 대상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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