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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이 겨울을 맞으며

 

겨울의 문턱에서 함박눈이 내리기도, 볕이 나기도 하며 여우둔갑을 부린다. 시베리아 찬바람이 거리를 점령하여 모두들 종종 걸음을 걷게 만든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들려오는 뉴스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흉흉하기만 하다.

제대로 걸을 수도 없을 것 같은, 기역자 허리의 할머니가 유모차에 폐지를 가득 싣고 힘겹게 움직이며 좁은 찻길을 방해한다. 폐지 값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런 할머니들이 흔하게 보여 마음이 무겁다. 근래에는 폐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을길을 지나며, 매주 한 번뿐인 군청 수거차에 앞서 잡동사니들을 수거해 간다. 수년 전, 중국 북경에서 매장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뜯어낸 폐품들을 사겠다며 리어카를 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숙소인 아파트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당시 생각을 떠올리며, 우리나라도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점차 증가하고 있는 노년층의, 빈곤과 자살은 우리사회의 심각한 이슈가 된 지 오래다. 노년의 빈곤은 젊었을 때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까닭이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이 노후까지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직장인들은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집 장만 등으로 허둥대느라 노후준비는 미처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뒤이은 정년과 자녀들의 결혼 등, 겨우 장만한 집도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자영 사업자들도 불황에 견디며 현상유지에 급급하다 보면, 노후준비는 사치일 뿐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가입자라 해도 연금액은 생활에 보탬이 되는 정도이다. 약간의 노후 자금이 있어도, 요즈음 같이 낮은 금리에 생활비로는 어림없다. 공무원이나 군인 퇴직자가 아닌, 연금이 없는 노인들은 재취업 할 곳을 기웃거리며 빈곤한 노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이 빈곤은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경기불황으로 사회 각층에서 아우성인데, 무역은 트리플크라운 달성이란다. 수출과 내수가 소통되지 않는, 어디쯤에 단단히 막혀있는 모양이다. 자영업자 비율이 30%대에서 22%로 급감하였다. 경기의 지표가 되는 자영업의 격감은 실업률 상승과 중산층 감소로 이어진다. 청년실업도 심각한 사회문제와 국가적 손실이 되고 있다.

경제활성화법이 시행되면 좀 나아질까 기대해 보지만, 국회 꼬락서니를 보니 기대난이다. 정부와 재계의 읍소와 서민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경기가 얼마나 좋아질지 알 수 없지만, 손톱만큼의 가능성이 있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앞을 다투어야 하지 않을까? 제발, 민생법안만은 정쟁의 볼모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총리를 지내신 분의, ‘지금의 국회는 해산되어야 한다’는 말씀에 백번 박수를 보낸다. 닥쳐올 혹독한 이 겨울을 힘겹게 보내게 될, 서민들을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월간 ‘한국수필’ 등단 ▲한국수필작가회 이사 ▲전 한국문인협회가평지부장 ▲수필집: ‘남쪽포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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