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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 꽃처럼 붉은 울음

꽃처럼 붉은 울음                             /허형만

 

 

한하운은 문둥이가 아니다
뻐꾸기 소리에 청보리 익어가는
가도가도 서러운
내 고향 전라도 황톳길이 붉은 울음이다
절명시를 남기고 자결한 땅, 전라도
오월 해거름 피를 토하고 쓰러진 땅, 전라도
밤 새워 울어도 다 울지 못한
가도 가조 황톳길 전라도 황톳길이
오늘도 꽃처럼 붉은 울음이다
문드러진 더러운 사상, 추잡한 이념
모두 잘라낸 한하운이
마침내 시인으로 묻힌 땅, 전라도가
붉은 울음이다
            

 

            --허형만 시집 <불타는 얼음>에서
 

   
▲ 장종권 시인
먼 과거가 아니다. 전라도를 이야기하려면 꼭 눈치가 보이던 시절도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전라도인들의 자격지심에서였을 수도 있다. 고향을 애써 드러내지 않아야만 편한 나라가 있었다. 그게 나라일까. 치솟는 울분도 붉은 울음일 터이다. 보리피리의 시인, 한하운과 황톳길은 붉은 꽃이다. 천형에 운 한하운, 천형을 노래하는 전라도, 붉은 울음이다. 붉은 꽃이다. 고향을 잊으면 어머니도 잊는다. 모국도 잊는다. 그러니 고향은 어머니이고 모국이다. 붉은 가슴으로 붉은 울음 울어 붉은 꽃 피워내는 고향이다. 전라도길은 왠지 붉다. 황톳길이어서 붉다. 장에 갔다 돌아오시는 어머니 옥색치마에 버선코에 언제나 붉은 꽃이 피어 있었다. 황톳길이 아니어도 붉다. 한하운이 있어 붉다. 한하운 같은 시인들이 있어 붉다. 절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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