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북한이 남북경협을 내세우며 개성공단을 기획했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선로동당 행정부장을 국가전복음모죄로 공개 사형에 처했다.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북한은 “장성택이 미국과 괴뢰역적 패당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해 북한을 내부로부터 붕괴시키려고 악랄하게 책동해온 천하에 둘도 없는 만고역적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의 장성택사건 이후 향후 남북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의 장성택 사건 이후 앞으로 남북관계의 방향을 어떻게 접근해 볼 것인가?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들로부터 추적해 들어가 보자.
첫째, 김일성과 김정일 정권이 자신의 장기독재권력체제 구축을 위해 사형의 칼을 빼어들었듯이 김정은 정권도 그 칼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우선 김일성 정권은 6·25전쟁 이후 남로당 거물인 이승엽과 박헌영, 연안파 거두인 최창익과 소련파 거두인 박창옥 등을 사형시켜 자신의 독재권력 기반을 튼튼히 구축했다. 이어 김정일 정권도 1994년 김일성의 사망 이후 서관히 당 중앙위원회 농업담당 비서,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과 김태영 당 계획재정부부장 등을 공개 총살시켜 자신의 독재권력기반을 굳건하게 다졌다. 마찬가지로 김정은 정권은 2012년 김정일 사후 김철 인민무력부 부부장, 리룡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에 이어 장성택 등을 공개처형시킴으로써 자신의 장기독재권력체제 기반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따라서 장성택의 사형과 김정은의 공개처형정치는 북한 내부의 권력 구축에 따른 것으로 남북관계의 발전과는 별개로 봐야 할 것이다.
둘째,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부자권력세습독재정권이 앞에서 대표적인 예로 든 인물들에 대해 모두 비슷하게 반당·반혁명·종파행위, 간첩, 민족반역, 정부전복음모 등의 죄목을 덧씌우고 사형을 집행했다는 점이다. 이 중에 미국과 남한의 간첩죄와 관련해 사형당한 경우가 통상적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에 따라 김정은 정권이 ‘미국과 괴뢰역적 패당, 전략적 인내정책과 기다리는 전략 편승, 만고역적’이라고 죄명을 씌워 장성택을 처형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배경을 간과하고 장성택의 사형 이후 계속되는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향후 남북관계가 더욱 불안해지고 경색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담론적 해석에 치우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해 보면, 현재 우리 사회가 장성택 사건과 남북관계 방향을 너무 얽어매고 지나치게 연관시켜 해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비록 장성택 사건이 김정은 정권의 불안전성을 함의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 정부가 어떻게 남북관계를 관리해 나가느냐는 여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통일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성택의 사형집행 날에 북한이 오는 19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제4차 회의의 개최를 남측에 제안해 왔다. 동시에 북한은 같은 날짜에 남측에서 제안한 주요 20개국(G20)과 국제금융기구 대표단의 개성공단 방문 수용도 제의했다. 이런 북한의 제안과 제의에 대해 우리 정부는 즉각 동의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 이것은 바로 우리 정부가 포용적·실용적 남북관계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미 남과 북은 장성택의 숙청 발표 이후인 지난 11일부터 개성공단에서 통신·통행·통관의 ‘3통문제’의 개선을 위한 전자출입체계(RFID) 도입 공사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4월 초부터 약 5개월 동안 중단된 후 재가동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장성택 사형 이후에도 2005년 가동된 개성공단이 여전히 남북경협의 대표성을 갖고 평화경제의 현장으로서 현재까지 잘 작동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장성택 사건과 별개로 남북관계의 미래발전을 향한 방향에서 포용적·실용적 대북정책의 실행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