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현충일 기념식을 하루 앞두고 청와대 경호실이 발칵 뒤집혔다. ‘한 여자가 현충원에 이상한 가방을 두고 사라졌다’는 첩보를 입수해서다. 경호관들은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가방을 찾아 X-레이 촬영을 해보니 폭발물로 의심되는 배터리가 눈에 띄었다. 유사 폭발물로 의심됐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 즉시 현장을 통제하고 가방을 폭파했다.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사전 위험요소를 제거한 것이다. 물론 비밀리에 진행된 것은 당연했다.
광복절을 닷새 앞둔 지난해 8월10일, 이명박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했다. 대통령이 독도를 찾은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처음이었다. 암호명 ‘동해일출’ 작전을 2년에 걸쳐 준비한 경호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통령이 독도에 머무른 시간은 1시간 남짓, 이를 위해 2년을 준비하는 ‘완벽함’의 추구가 곧 경호다.
오직 국가원수를 위해 초개같이 목숨을 던지는 것이 경호실 요원들이다. 따라서 그들을 대통령의 살아있는 인간방패로 부르기도 한다. 해서 공사(公私)생활에서 한시도 빈틈을 보여선 안 된다. 한때 ‘팬티까지 다려 입으라’는 지시를 받았을 정도며 유사시 목숨을 내놓을 각오도 해야 한다. 대통령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동행한다. 한순간의 ‘최악’에 대처하기 위해 늘 ‘최선’으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을 비롯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아웅산 폭탄테러사건 등 요동치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현장에도 경호원은 있었다. 그리고 ‘막강한 권부’라 해서 때론 논란의 대상도 됐다. 책임자의 직급이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변하는 등 부침이 심했던 것도 이런 연유였다. 하지만 ‘하나 된 충성, 영원한 명예’라는 청와대 경호실훈(訓)을 거론치 않아도 대다수 경호원들은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국가원수의 절대 안전을 보장하는 일에 목숨을 바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1963년 12월17일 태동한 대통령 경호실이 오늘 창설 50주년을 맞았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야만 수행할 수 있는 경호원 임무. 옷매무새부터 몸가짐까지 빈틈이 없어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그들 덕분에 대통령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