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는 일본 열도의 남쪽에 위치한 섬이다. 일본이 강제로 합병하기 전까지는 450년간이나 이어오던 류쿠왕국(琉球王國)이란 독립 국가였다. 일부에서는 오키나와에 전해 내려오는 ‘오야케 아카하치 홍가와라’ 전설, 즉 ‘홍가왕 전설’을 바탕으로 ‘실존 인물 홍길동’이 세운 율도국이 바로 이곳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진위를 떠나 오키나와는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한이 서린 역사의 장소다. 오키나와는 아름다운 섬이지만 1945년 3월,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에서 최대 규모의 전투가 벌어져 끔찍한 살상이 일어났던 곳이다.
당시 일반주민과 군인을 합해 50만여명이 이 섬에 있었는데 절반 가까운 23만여명이나 희생됐다. 오키나와 전투 희생자 23만여명 가운데에는 우리 민족들도 있다. 무려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징용이나 군대위안부로 끌려가 오키나와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하지만 오키나와평화기원공원 안에 세워진 오키나와전 희생자 위령비엔 447명(남한 365명, 북한 82명)의 이름만이 올라가 있다. 시신 발굴이 다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원확인 후에도 이름을 남기는 게 치욕이라며 기록을 거부한 유족도 많이 있었단다.
오키나와 나하 외곽의 마부니 언덕에는 평화기념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 언덕은 패전한 일본군인들이 집단으로 자살한 현장이기도 하다. 이 공원에는 1975년 광복 30주년을 기념해 세운 2천115.7㎡(640평) 규모의 한국인 위령탑 공원이 있고, 이곳에는 고 박정희 대통령 친필 비문과 이은상 시인의 ‘영령들께 바치는 노래’ 비문도 있다. 그런데 한국인 위령탑을 국내 한 민간단체가 제주도로 이전하려 하고 있다. 한일 양국 문화예술계 인사로 구성된 ‘렛츠 피스’라는 단체다. 타국에서 떠도는 넋이라도 한국에 돌려보내자는 게 이들의 취지다.
그러나 오키나와 민단과 교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본보 15일자 1면) 위령탑 건립 당시 교민들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금해 위령탑이 세워진 곳과 주변 땅을 사 1978년 대한민국 정부에 기부했다. 따라서 위령탑 주변 토지는 현재 일본 등기부등본상 한국 정부의 소유다. 교민들은 대한민국 소유인 위령탑을 개인이나 단체가 옮긴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생각해 볼 문제다. 넋을 한국으로 돌려보내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최근 가뜩이나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터에 위령탑을 가져온다는 것은 무리가 있겠다. 민단 관계자의 말처럼 굳이 옮길 것이 아니라 한국에 모형을 세우는 방법도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