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0 (토)

  • 흐림동두천 27.8℃
  • 구름많음강릉 29.5℃
  • 흐림서울 29.6℃
  • 구름조금대전 30.7℃
  • 구름많음대구 29.8℃
  • 구름많음울산 29.6℃
  • 구름많음광주 29.3℃
  • 구름많음부산 27.5℃
  • 구름많음고창 29.4℃
  • 맑음제주 33.2℃
  • 흐림강화 27.0℃
  • 구름많음보은 28.0℃
  • 구름많음금산 30.0℃
  • 구름많음강진군 30.1℃
  • 구름많음경주시 30.9℃
  • 구름많음거제 27.4℃
기상청 제공

배우 가면 벗은 인간 조재현을 만나다

道문화의전당 ‘소통,톡 TALK’ 마지막시간… 토크 콘서트 진행

 

배우로서… 연극 ‘에쿠우스’
자신의 과거·미래 관통하는 작품

 

영화관계자로서 …다큐에 대한 애정
국제 다큐영화제 운영위원장으로 일해

배우 조재현과 아버지로서의
자신의 삶·꿈을 이야기 하다
SNS 통해 접수한 사연 소개
밴드 라이브 공연·영상 등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
토크쇼 ‘조재현의 다락방에서’


개인적으로 명사 초청 강연회 형식의 토크콘서트는 좋아하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성공담, 종교계 인사가 들려주는 삶에 대한 철학적 대안, 또는 사회문제에 대해 ‘냉철한’ 혹은 ‘따뜻한’ 등의 수식을 붙여 풀어내는 이야기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다. 종종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의 대답을 내재화한 경험은 없다. 이러한 개인적 성향에 준 할때 이번 ‘조재현의 토크 콘서트’는 묵직함이라거나, 감동을 전하려는 ‘의도’가 엿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즐거웠다.

지난 21일 경기도문화의전당이 마련한 ‘소통,톡 TALK’의 마지막 시간, ‘조재현의 다락방에서’를 찾았다.

하예나가 부르는 조재현의 근작 드라마 ‘스캔들’의 주제곡 ‘세상을 몰라서’로 문을 연 무대는 이어 등장한 조재현이 극 ‘에쿠우스’의 한 대목을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조재현은 연극 ‘에쿠우스’를 그의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작품으로 이야기 했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배역의 하나인 ‘에쿠우스’의 주인공 ‘알런’은 17세 소년이다. 48살의 배우 조재현은 가까운 시기에 이 알런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 하나의 꿈이라고 전했다. 나이의 벽을 넘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고 추구할 수 있는 용기. ‘알런’은 과거에 찾아와 다시 만나고 싶은 그의 꿈이다.

지난 5년간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를 꾸려온 그는 영화계 관계자로서의 꿈을 이성규 감독의 입을 빌어 이야기 하는 시간도 가졌다. 인도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들어 온 이 감독은 근작 ‘시바, 인생을 던져’의 개봉을 앞두고 있었지만, 병상에 누운 그는 남은 시간을 견뎌낼 수 없었다. 지인들의 노력으로 5개관에서 힘겹게 조기상영을 시작한 영화가 처음 관객과 만나던 날, 이 감독은 휠체어를 빌어 찾은 영화관에서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했다. 꿈을 전하고, 그는 지난 13일 세상을 떠났다.

이어 그가 처음 꾸었던 화가의 꿈이 좌절되는 과정, 그리고 지금 여인의 뒷모습을 크로키하는 취미로나마 이어가고 있는 옛 꿈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무대 위의, “입시제도의 폐해로 좌절을 겪은” 두 사람이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야기를 마친 조재현은 이제 아버지 조재현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게 스케이트를 시작한 아들, 첫 경기에서 실패를 경험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그는 영화계에 발을 들일 당시의 자신을 떠올린다. 그리곤 당시 아들에게 “실패를 먼저 경험하는 것의 가치”와 “실패의 상황에서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아내려는 태도”에 대해 말해주지 못한 아쉬움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이 밖에 사연을 소개하는 시간에는 방송인 유정아가 함께 했으며, 7개의 테마로 구성된 각 장면 사이사이에는 경기팝스앙상블의 원영조 단장을 중심으로 한 밴드 라이브 공연, 하예나의 열창과 설치미술가 이원호의 감각적인 영상이 풍성한 볼거리로 콘서트에 힘을 보탰다.

그는 “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한 남성의 질문에 “하고자 하는 것, 생각을 실현하는 것이 꿈이 아닐까 한다”고 답했다. 유정아가 이야기 한 “아이는 어른이었던 적이 없지만, 어른은 아이였던 적이 있기 때문에 어른이 아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 곱씹어졌다. 꿈을 완전히 이룬 사람이 아니라면 꿈에 대해 이해할 수 없지 않을까.

조재현 역시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다. 페터 한트케의 시 ‘유년의 꿈’을 소개한 그는 스스로도 꿈에 대해 알지 못함을 밝혔다. “정답은 아닐지라도 답을 찾아갈 것”이라는 그의 대답은 인간이 내놓을 수 있는 꿈에 대한 최대의 것이다. 때문에 그는 무대에서 자신의 삶을 하나의 사례로 제시할 뿐이었다.

콘서트의 도입부에서 에쿠우스의 한 대목을 읽고 난 조재현은 “무게를 잡는 게 콘셉”이라고 고백했지만 공연 내내 그는 오히려 허술하고 또 인간적인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이야기를 자신의 언어로 둔갑시키지 않았다.

그가 콘셉에 맞춰 무게를 잡거나, 옛 명언들을 들춰내며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꾸며내려 했다면, 비록 멋진 공연을 됐을지 몰라도 진솔한 공연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배우는 가면에 익숙하고, 또 가면을 써야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이날 ‘토크 콘서트’라는 공연의 ‘배우 조재현’을 ‘연기’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이번 콘서트의 의미를 발견한다. 민낯을 드러낸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