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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홍수시대… 내가 쓴 색안경은 무엇일까?

전시리뷰 최윤정 작가 개인전 ‘Desire’

 

작품 속 안경을 쓰고 있는 아이들

미디어가 쏟아낸 이미지에 둘러쌓여

자신의 가치관을 상실한채 살고있는

현대사회 속 아이들의 모습을 연상

가일미술관서 내년 1월 21일까지 전시



유사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 것은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미술 작품에서 읽혀지는 의식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 혹은 가지고 있었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을 환기 시킬 때, 작품은 보다 즐겁게 읽혀진다. 가일미술관에서 진행중인 최윤정 작가의 개인전 ‘Desire’에서 만난 작품들이 그러했다. 미디어의 영역에 속해 있기 전에도 그리고 속해 있는 지금에도, 미디어의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자극과 작용을 사고하는 일은 언제나 흥미진진한 내적 갈등을 유발한다.

2004년으로 기억된다. 미디어 강의 시간, 모 아파트 광고에 대한 토론시간이었다. 한 아파트 광고에서 읽혀지는 텍스트가 “이 아파트에 살면 당신은 훌륭한 삶을 사는 것이다”라는 것에 대해서 논의하는 시간이었다. 이 텍스트의 이면에는 “해당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삶이 훌륭하지 않다”는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화두였다. 당시의 경험은 TV속 광고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후 “본 광고의 제품을 사용하면 당신은 성공한 사람”이라는 성격의 광고물들을 종종 접하게 될 때면 씁쓸함에 고개를 돌리게 됐다.

현대의 마케팅의 방식은 단순히 제품의 장점을 어필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미지를 심어주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특히 최신 디지털기기에 대한 광고가 그렇다. 제품의 사용 유무가 성공적인 삶의 잣대로 작용하는 시대가 돼가고 있다.

최윤정 작가가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 역시 유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의 작품들, 특히 ‘pop kids’로 이름 붙여진 일련의 작품들은 커다란 안경을 쓰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안경의 렌즈에는 유명 브랜드의 로고들이 새겨져 있다.

‘안경’이라는 소재의 의미는 어려운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만큼 작가는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눈을 가린 안경은 렌즈에 새겨진 ‘색’ 또는 ‘모양’으로 인간의 사고에 작용한다. ‘색안경을 끼지 말라’는 표현은 이제 너무 상투적이 돼버렸다.

인물들의 대부분이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미디어의 홍수”라는 말이 더는 특별한 표현이 아닌 시대, 아이들은 시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미 많은 미디어들이 전달하는 메시지 속에 포위당한다.

그들의 시각을 자극하는 주요한 영상물들은 이미지를 심고자 하는 형식의 것들이다. 그들은 이미지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가치관에 대해 훈련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에 노출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길들여지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20세기 후반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백만원에 가까운 디지털기기를 사줄 필요성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수십만원대의 옷을 사 주지 않아도 되는 삶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아이들은 이것에 강박을 느끼기도 한다. 미디어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미지에 노출된 그들은 과정 속에 편입돼 스스로의 가치관을 만들 본질적인 영역의 경험에서 멀어져 있다.

전시의 몇몇 작품에는 유명 스타 특히 아이돌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아이돌은 청소년기에 있는 인간이 가진 욕망의 완성형으로서 제시되는 상징이다. 아이돌이라는 상징적인 그룹은 주변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의 욕망, 그리고 화려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그들의 미래를 대리만족 시키며 욕망을 자극하는 대상이다.

이러한 의식을 공유하면서도 현대의 아이들이 미디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 방법이 많지 않아 보인다. 이미 미디어는 거대한 권력이 돼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사회적 시스템을 넘어 보다 넓은 시각을 갖기를 바랄 따름이다.

유독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작품이 있다. ‘pop kids #20’이 그것이다. 타 작품과는 다르게 이 아이가 쓰고 있는 안경의 한쪽 렌즈에는 푸른 하늘이 그려져 있고 다른 한쪽에는 빨간색의 렌즈 뒤로 가늘게 뜨고 있는 아이의 눈이 보인다.

동그랗고 통통한 볼을 가진 아이의 얼굴이 섬뜩하다. 앙다문 입꼬리가 아래로 쳐져 있다. 한 눈으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웃지 못하고 오히려 가늘게 뜨고 있는 아이의 눈이 차라리 슬프기까지 하다. 아이를 마주한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전시는 내년 1월 21일까지 열린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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