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목)

  • 흐림동두천 ℃
  • 흐림강릉 24.9℃
  • 서울 25.5℃
  • 흐림대전 26.8℃
  • 구름많음대구 27.2℃
  • 구름많음울산 25.6℃
  • 흐림광주 26.4℃
  • 흐림부산 25.6℃
  • 흐림고창 27.7℃
  • 흐림제주 27.9℃
  • 흐림강화 23.0℃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6.3℃
  • 흐림강진군 26.2℃
  • 구름많음경주시 26.0℃
  • 흐림거제 25.7℃
기상청 제공

[아침시 산책] 아버지의 모자

 

                                                                               /이시영

 

   
 

 

 

아버지 돌아가시자 아버지를 따르던
오촌당숙이 아버지 방에 들어가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아버지가 평소에 쓰시던 모자를 들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부터 이 모자는 내가 쓰겠다.”
그러고는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모자를 쓰고 사립 밖으로
걸어 나가시는 것이었다.

     -- 이시영시집 「바다 호수」, 문학동네, 2004년

 

 

 

오촌당숙은 친구처럼, 형처럼 아버지를 따랐을 터이다. 요즘처럼 서로 왕래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혀져가는 가까운 친척 형제들과의 소통의 기억, 동네 골목을 쏘다니며 어른들의 지청구를 함께 받았기도 했을 그리운 관계가 사라진다. 오래오래 따르고 싶어서 아버지의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선 단호한 오촌당숙의 문상이 깊이 박힌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낡은 은수저를 쓰다가 잃어버렸다. 노모는 가끔 물건을 둔 곳을 기억하지 못한다. 살아생전 효도 한번 못해드린 불효가 빛 잃은 은수저로 기억을 퍼 넣는 것으로 지워질까마는 고이 닦아 쓴다. 아버지 기일이 어느새 훌쩍 다가왔다. 보고 싶은 아버지께 나무숟가락 놓아드리고 은숟가락 꼭 쥐고 깊어지는 가을 한 끼 거두어야겠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