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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 정선을 떠나며

/우대식

 

파울 첼란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었던가
아름다운 시절은 흩어져 여자의 등에 반짝인다고
시선을 거둔다
운명이란 최종의 것
정선 강가에 밤이 오면
밤하늘에 뜨는 별
나에게 당신은 그러하다
성탄절의 새벽길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기찻길 옆 제재소에서는
낮은 촉수의 등이 켜지고
이미 오래전에 예언한 미래가
사라지는 것들을 받아내고 있다
선명한 모든 것들을 배반하며
산기슭으로 흐르는 눈발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그리는 일은 또 언제나 부질없다
가끔 당신을 생각한다
당신을 생각하며 밥을 먹는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밥을 남긴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사랑이다

2013년 시와 표현 가을호

 

 

사랑은 사람의 눈을 밝게 한다. 예민하게 한다. 그러므로 미세한 것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순결하고 때 묻지 않는 감각으로 상대편을 바라본다. 느낀다. 아울러 사랑을 하는 사람의 호흡, 기침, 웃음소리, 말소리마저 벼락처럼 느낀다. 정선을 떠난다는 것은 사랑을 두고 떠난다는 것이 된다. 사라지는 것 부질없는 것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그러나 밥을 먹는 다는 행위는 일상을 유지해 간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조금씩 밥을 남긴다는 것은 결국 사랑을 떠날 없다는 숙명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선을 떠나도 결국 떠날 수 없는 정선처럼 떠나도 떠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므로 사랑 때문에 그리움이 적설처럼 쌓이는 밤에 짐승처럼 우는 겨울밤이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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