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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잠
김칫국에 밥 말아 먹는 날 보고
시할머니는 댕길 때 많이 먹어라
늙으면 암 맛도 모른다
애를 업고 걸리고 시장에 갔더니
펑튀기 파는 아주머니는 날 보고
힘들어도 그때가 좋은 때다
모퉁이에 서서 수다 떠는 분꽃 같은
처녀애들을 종종걸음으로 지나치며
나는 부러워 자꾸 고개 돌아간다
그 시절, 자리 비워두고 어디 갔었나
-출처-이잠 시집 『해변의 개』(작가세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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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다 겪었는데 새롭지요. 스무 살 때는 십대의 청춘이 부럽고 서른엔 스무 살의 청춘이 부럽고 마흔이 되니 서른의 젊음이 부러운 걸요. 자꾸 뒤만 돌아보네요. 우리에겐 아직 쉰도 있고 예순도 있는데 말이지요. 우리 가끔은 부러워하지 않기로 해요. 그 시절 우리 그 자리에 있었다고 믿어요. 어느 누군가에게는 살아보고 싶은 오늘일 수 있잖아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