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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 竹編 1- 여행

   
 
/서정춘    

 

여기서부터, -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됃이 피는 마을 까지 백 년이 걸린다

-- 서정춘 시집 「죽편」, 동학사 2002

 

 

 

 

아주 오랜만에 무궁화 열차를 탔다. 남쪽나라 풀섬으로 떠나는 밤차, 어딘가로 떠나는 밤은 아무리 여행이 목적이라 해도 마음을 긴장하게 하는 것이 있다. 불빛 환한 역사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밤차에 몸을 실었다. 짐들이 올려진 선반도 기차의 모습을 꼭 빼닮았다. 깊어가는 어둠속을 달리는 기차, 사람들은 속도에 맞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든다. 풀섬으로 가는 길은 백 년이 걸렸을까. 고속열차가 생긴 후 우리는 고즈넉한 시간의 흐름 속에 몸을 싣는 일이 드물어졌다. 어디든 빠르게 바로 도착해서 바쁘게 움직여야 살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믿고 있는지 모른다. 그저 매사 서두르다보니 우리가 살던 세상은 저만치 뒤로 멀어져버렸다. 아득해졌다. 자꾸만 지워지는 기억을 간신히 움켜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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