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원
뿌리 없는 생명이 어디 있으랴
비는 근원을 찾는 신호등
이방인의 하루를 슬프게 한다
낯익은 기억 속의 세포를 더듬어
흩어진 조각들이 하나로 모인다
저 물길의 끝을 찾아가면
원초적 태생의 비밀을 찾을 수 있을까
세상살이에 지쳐 구겨진 몸을 끌고
먼 길을 떠나는 생명 하나
성글게 보이는 강둑 너머로
아픔의 흔적들이 나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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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 시인](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1401/368939_93716_1915.jpg)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고 했다. 또한 탈레스는 “만물은 신들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세상 모든 사물에는 제 나름대로 삶의 의미가 충만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 시의 화자는 사소한 사물의 하나인 종이컵에 크나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비 오는 날 물길을 따라 떠내려가는 구겨진 종이컵을 보며 종이컵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사유한다. 종이컵의 운명은 곧 우리 인간의 운명이기도 하다. 인간은 어디에서 흘러왔고 어디로 흘러가는가? 이 물길의 여정을 깨달을 때 우리는 인생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다. ‘성글게 보이는 강둑 너머로 아픔의 흔적이 나풀거린다’는 시인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