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앉아서 소변을 보던 시대나 문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겨울철 영하 50℃까지 내려가는 몽골을 비롯 이란 등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남자들이 앉아서 소변을 봤다. 우리나라도 함경남도 함흥의 일부 서당 학동들 사이에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을 점잖은 행동으로 여기는 풍습도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남자들은 서서 소변을 보아야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특히 동양권에서는 ‘자존심’으로 여겨지면서 당연시 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에 와서는 공동화장실을 쓰는 가정에서는 남녀 간 갈등의 골이 매우 깊어져 있다. 튀는 오줌방울로 인한 건강 위협과 악취,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마찰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변기 밖으로 튀는 미세한 오줌방울만 하더라도 1회 소변을 눌 때마다 2천300방울(2006년 일본 생활용품업체 실험결과)이나 되고, 이런 오줌방울은 바닥은 물론 수건과 칫솔 등을 오염시키고 고약한 냄새까지 동반해서 그렇다.
이렇듯 ‘서서쏴’의 폐해가 많다는 것이 알려지자 세계 각국이 이른바 남자들의 ‘앉아쏴’를 유도하는 시책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 쇤데르만란트 지역에서 한 정당이 당사 내 화장실을 이용하는 남성들은 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봐야 한다는 규정을 당규로 정했다.
또 독일 유치원에서는 화장실 좌변기문 앞에 ‘please sit down to pee!’(앉아서 소변보세요)라는 교육용 캠페인 문구를 붙이고 남자아이들이 앉아서 소변을 보도록 가르친다. 2012년 대만 환경보호부는 각 지방정부에 ‘앉아쏴’ 제안이 담긴 공고문을 공공화장실에 게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은 이미 2000년 ‘서서 소변을 보기에 반대하는 어머니들의 모임’이 결성되는 등 사회적 논의가 오래전부터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전립선관리협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오줌 앉아 누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화장실 바닥에 흘리는 소변을 줄여 청결을 유지하고 전립선염 예방, 방광과 성(性) 건강증진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자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위생건강과 자존심’이 대결하는 ‘앉아쏴’ 논쟁이 한창이다. 독자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