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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성

 

그에게 시간을 선물했네
나에게 남겨진 모든 시간을
심장이 멎은 뒤에도
두근대며 흘러갈 그 시간을
친구가 눈감던 날
나 문득 두려움 느꼈네
이 사랑 영원할 수 있을까
그에게 시간을 선물했네
나 죽은 뒤에도 끝없이 흐를
여울진 그리움의 시간을

--시집 <그리운 나무>(2013, 창비)에서

 

 

그가 누구일까 궁금합니다. 뉘기에 소중한 시간을 모두 선물했을까. 선물은 내가 가진 일부를 기꺼이 나누어 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받는 이가 기뻐할 것을 미리 짐작하며 나 또한 먼저 즐거워합니다. 그런데 시인이 선물한 시간의 꾸러미를 펼쳐보니 거기엔 ‘문득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서둘러 선물 상자를 덮어야 했습니다. 보지 말아야 할 삶의 끝자락을 본 것 같아 서늘합니다. 그는 시간을 만들고 우리더러 시간을 살아보라 내어준 당사자가 분명합니다. ‘사랑’을 의심하게 만든 당사자입니다. 그러면서 가혹하게 우리가 받친 목숨을 속절없이 거두어갈 심산입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서러워할 일은 아무 것도 없을 듯합니다. 본래 시간은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시간을 ‘선물했다’는 말은 ‘다시 돌려주었다’는 말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오직 ‘그리움’만이 우리가 선물할 수 있는 유일한 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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