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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환

 

이제는 너를 향한 절규 아니라
이제는 목전의 전율의
획일적 이빨 아니라
이제는 울부짖는 환호하는
발산 아니라 웃는 죽음의 입
아니라 해방 아니라
너는 네가 아니라
내 고막에 묻은 작년 매미 울음의
전면적, 거울 아니라
나의 몸 드러낼 뿐 아니라,
연주가 작곡뿐 아니라
음악의 몸일 때
피아노를 치지 않고 피아노가 치는 것보다
더 들어와 있는 내 귀로 들어오지 않고
내 귀가 들어오는 것보다 더 들어와 있는
너는 나의 연주다.

 

민주주의여.

                                             -- 김정환, 『거푸집 연주』 창비시선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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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대오를 이뤄 결국 커다란 물결을 만든다. 마음은 그렇지 않을 테지만 그들은 소풍 나오듯 서너 살 될까 말까한 아이를 데리고 광장으로 나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계집아이는 눈앞에 앉아 있는 아빠에게 눈을 맞추며 웃는다. 우리는 사는 동안 곁을 바라봐줄 여유가 없다. 누군가 시리고 시린 강물로 뛰어 들던, 높은 빌딩에서 지구의 표면으로 추락을 하던 부서지는 사람들을 눈여겨 바라봐줄 틈이 없다. 틈이 없다는 건 결국 그 틈의 양면이 만나서 부서지고야 말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 세상의 모든 아픔이 나의 일만 아니면 눈감고 지나갈 수 있도록 시선 닫아걸게 하는 세상이 불편하다. 어린 학생도 안녕하게 지내시냐고 묻지 않는가. 우리는 자주 뒤를 돌아다보아야 한다. 살아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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