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
안녕
보고 싶었어
아니 안고 싶었어
아니 키스하고 싶었어
아니… 그 다음 말은…
안해도 알겠지…
폭풍우가 스치고 지나갔어
세 살 된 아이는 기차를
처음 만난 세계처럼 소리 지르지 온다!
보고 싶었어!
재수 없는 년
답답하게 그거였어?
메가박스 속에 집어넣고 싶어
마음대로 유영할 수 있을까
날개 달린 한 마리 붉은 등대
붉은 복싱 글러브가 닭을 잃고 거위를 키운다
-송진 시집 『시체분류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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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같은 평행선 관계가 있다. 안녕하고 싶은데 안녕할 수 없고 보고 싶은데 볼 수 없고 안고 싶은데 안을 수 없고 키스하고 싶은데 키스할 수 없는, 은빛 선로처럼 끝내 만날 수 없는 안타까운 운명. 인간들의 능력은 위대(?)하여 그런 미묘하고 애틋하고 복잡한 관계도 잘 만들며 살아간다. 무심한 척 속앓이도 하며 살아가다 불쑥 내뱉는 말, ‘재수 없는 년. 그거였냐’고? 마치 다 알아버린 것처럼 욕설을 퍼부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다. 필름처럼 ‘메가박스 속’으로 구겨 넣고 자유롭고 싶은 거다. 쉽게 잊을 순 없어 차라리 생뚱맞은 일을 만들어 잊는 노력을 하는 것이 삶일지도 모르는데 ‘레일, 너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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