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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 둥글려보면

 

 

                                                                                                                      /천선자

 

미움도 둥글려보면 모나지 않는다.
저기 좀 봐. 미움을 먹고 잘 자란 내 키가
담장을 넘고 있잖아. 둥근 세상 밖.
둥근 비행접시를 타고, 둥근 꿈속에서
본 둥근 별을 찾아서 둥글게 떠나.
둥근 달을 좀 봐, 둥근 토끼가
둥근 쪽문을 열어 둥근 머리를 내밀고
둥글게 반기네. 둥근 웃음이야.
수많은 둥근 별을 지나
둥근 우주정거장에 둥글게 착륙해.
둥근 세발자전거를 타던
둥근 귀를 가진 아이들이
둥근 무지개나무를 심어.
벌써 둥근 열매가 익어. 어른들의
둥근 마음을 찾아주려고
둥근 어린왕자를 데리고
둥근 지구로 돌아와. 둥근 놀이동산에서
둥근 회전목마를 타고, 둥근 컵을 타고
둥근 축구를 하다 둥근 농구를 해.
종일 둥글게 노는 아이들의 둥근 눈동자가
둥근 나무에 열리는 둥근 지구의 한 가운데,
둥근 자동차들이 둥근 얼굴의 사람들을
태우고, 둥근 광장을 돌아오잖아.
둥근 빌딩의 둥근 창문을 열고,
둥근 웃음을 지으며 둥글게 몸을 말아
가슴이 따스한 사람들 속의 나.

--천선자 시집 <도시의 원숭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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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권 시인
‘모나다’라는 말은 아마도 모가 나서 부딪치면 불편하다는 뜻이겠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혼자서는 살 수가 없으니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서로 편안한  
것이 좋고, 그보다 부드럽고 감미롭다면 더 좋을 것이다. 오히려 모난 성품을 키우거나 나아가서는 날카로운 송곳으로 자신을 변형시키려 애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신감이 주변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는 것이다.
둥근 바퀴가 잘 굴러간다. 그리고 멀리 간다. 둥근 웃음을 지으며 둥글게 몸을 말아 가슴이 따스한 사람들 속의 나이고 싶은
시인의 바람이 둥근 미소를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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