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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들려주는 정월 대보름이야기

 

정월 대보름은 우리 민족의 밝음사상을 반영한 명절로 신라시대부터 지켜온 명절이다. 중국에서는 이 날을 상원(上元)이라 하는데, 이는 도교적인 명칭으로 천관(天官)이 복을 내리는 날이라 알려져 있다. 정월은 한 해를 처음 시작하는 달로서 그 해를 설계하고, 일 년의 운세를 점쳐보는 달이기도 하다. 율력서에 의하면 “정월은 천지인 삼자가 합일하고 사람을 받들어 일을 이루며, 모든 부족이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는 달”이라고 한다. 한편으로 전통사회의 절일로서 정월 대보름(1월 15일), 7월 백중(7월 15일), 8월 한가위(8월 15 일) 등이 있는데, 이러한 명일은 보름을 모태로 한 세시풍속들이다.



대보름날의 각종 풍속은 전체 세시풍속 중 1/4이 넘을 정도로 풍부한데 설 풍속을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이는 정초와 대보름 명절이 우리 민속에서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이들이 상호 유기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정월에 드는 설과 대보름은 상호보완적으로 설날이 개인적이고 가족적인 명절임에 반해 대보름은 개방적이고 집단적인 공동체 명절로 두 관념이 교차하며 달의 생성과 소멸주기에 따라 긴장과 이완, 어둠과 밝음, 나에서 우리로 교체·확장되는 개념을 보여준다. 한국의 명절 중 정월 대보름의 예축의례와 상대적인 명절로 수확의례인 8월 한가위의 보름 역시 만월을 통한 풍요관념을 보여준다.



대보름은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사회에 있어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농경을 기본으로 했던 우리 문화의 상징적인 측면에서 보면, 달은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음양사상에 의하면 태양을 '양(陽)' 이라 해 남성적이고, 이에 반해 달은 '음(陰)'이라 해서 여성적이다.



따라서 달의 상징적 구조를 풀어 보면 달-여신-대지로 표상되며,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으로서의 출산력을 가진다. 이와 같이 대보름은 풍요의 상징적 의미로 자리 매김 한다.



1.대보름 행사



태고적 풍속은 대보름을 설처럼 여기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 에 의하면 대보름에도 섣달 그믐날의 수세하는 풍속과 같이 온 집안에 등불을 켜 놓고 밤을 세운다는 기록이 보인다.



또 ‘태종실록’에 전하는 경기도 연안부의 용갈이, 용경(龍耕)풍속이나 ‘동국세시기’에 전하는 홍주의 용경과 용알뜨기 민속, 영동지방의 용물달기 등은 용신(龍神)신앙이 농경의례와 밀접한 행사다.



줄다리기 역시 용사(龍蛇) 신앙의 한 표현이다. 따라서 대보름 달빛은 어둠과 질병, 재액을 밀어내는 밝음 상징이므로 동제(洞祭)를 지내고 개인 또는 집단적 행사를 한다. 그리고 전하는 말로 “설은 질어야 좋고 보름은 밝아야 좋다”든가 “중국 사람은 좀생이 별을 보고 농사짓고, 우리나라 사람은 달을 보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한국과 중국의 문화유형이 다름도 말해준다. 개인적인 기복 행사로는 부럼 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 마시기를 비롯해, 줄다리기, 다리밟기, 고싸움, 돌싸움, 쥐불놀이, 탈놀이, 별신굿 등 집단의 이익을 위한 다양한 대보름 행사가 있다.

 

 

 



1)부럼 깨물기

아침 일찍 일어나 부럼이라고 하는 밤, 호도, 잣, 은행 등을 나이수로 대로 소리나게 깨물어 먹으면 1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이가 단단해 진다고 한다. 옛날에는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피부에 버짐이 피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부럼을 깨물기가 행해졌다.



2)귀밝이술 마시기

이른 아침에 청주를 데우지 않고 마시는데 이를 귀밝이술이라고 하며, 귀가 밝아지고 귓병이 생기지 않을 뿐 아니라 1년 동안 좋은 소식을 듣는다고 한다. 이는 겨우내 움추러든 혈관에 혈액순환을 증대시키고 신체 말단인 귀와 눈에까지 기혈이 잘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3)달맞이

보름달을 보고 1년 농사를 미리 점치기도 하는데 달빛이 붉으면 가물고, 희면 장마가 있을 징조라고 하며 북쪽으로 치우치면 두메에 풍년, 남쪽으로 치우치면 바닷가에 풍년이 든다고 한다. 또한 달의 사방이 두꺼우면 풍년이 들 징조이고, 얇으면 흉년이 들 징조이며, 차이가 없으면 평년작이 될 것이라고 한다.



4)쥐불놀이

14일과 대보름 밤에 들의 논둑과 밭둑을 불태우는 놀이다. 잡초를 태워 쥐를 없애고 해충의 알을 죽여 풍작을 기원하며 봄에 새싹이 날 때 거름이 되도록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5)줄다리기

달맞이가 끝나면 윗마을, 아랫마을로 편을 나눠 줄다리기를 하는데 이긴 마을에 풍년이 든다 했으며 남자와 여자들이 편을 갈라 줄다리기를 하기도 하는데 여인네들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해서 남정네들이 슬그머니 져주기도 했다.



6)고싸움

굵은 줄에 단 고를 어깨에 메고 서로 부딪쳐 상대편 고를 눌러 땅에 닿게 해 승부를 겨루는 놀이다.



7)차전놀이

동채싸움이라고도 하며 안동에서 마을 주민들이 동서로 나뉘어 동채 위에 올라탄 대장의 지휘에 따라 전진, 후퇴, 좌우를 반복하다가 상대방의 동채를 눌러 땅에 닿게 만들어 승부를 겨루는 놀이다.



8)돌싸움

석전이라고도 하며, 마을 대 마을 또는 한 지방을 동서남북으로 나눠 하천을 사이에 두거나 백여 보 거리를 두고 서로 돌을 던져 싸우는 것이다.



9)윷놀이

황해도 지방에서는 산패와 들패로 나눠 윷놀이를 하는데 산패가 이기면 밭농사가, 들패가 이기면 논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했다.



10)횃불싸움

보름날 저녁 청소년들이 편을 갈라 횃불을 들고 노는 싸움이다.

 

 

 



2. 정월대보름의 음식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을 지어 먹는 것은 한 해의 풍요한 곡식을 염원하고 액운을 쫓고, 행복과 안녕을 기원한다는 의미다. 또 묵은 나물을 먹으면 일 년 동안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이 풍습은 겨우내 말린 여러 가지 나물로 겨울철 부족한 섬유질과 각종무기질 성분을 보충해 몸이 새로 시작하는 한 해를 잘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1)오곡밥

오곡밥은 집안에 따라 쌀, 콩, 팥, 보리, 수수, 조 중에서 5가지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주로 여러 가지 곡식을 넣어 밥을 짓는다는 뜻에서 곡식의 총칭인 오곡이라는 말을 사용 했다.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어야 그 해의 운이 좋다고 해서 오곡밥을 서로 나눠 먹었는데 평상시에는 하루 세 번 먹지만 이 날 만큼은 9번을 먹는다.

오곡밥은 시대와 기호에 따라 구성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대체로 찹쌀, 찰수수, 팥, 차조, 콩의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짓는다. 오행의 청, 적, 황, 백, 흑의 기운이 도는 곡물로 오행의 기운을 받아 오장육부의 균형을 만들어주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2)복쌈

밥을 김이나 취에 싸서 먹는데 이것을 복쌈이라고 한다. 이 복쌈은 여러 개를 만들어 볏단 쌓듯이 성주님께 올린 다음 먹으면 복이 있다고도 전한다.



3)나물 먹기

취, 호박, 고비, 고사리, 가지, 시래기 등을 가을에 말려 두었다가 보름날 삶아 먹는 풍습이 있는데 ‘진채식’이라고도 한다.

‘동국세시기’를 보면 시래기나 가지고지 등을 말려뒀다가 정월 대보름에 삶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봄, 여름, 가을에 나오는 다양한 나물을 신선한 채소가 귀한 겨울철에 먹어 식이섬유와 철분, 비타민 등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한 지혜가 담겨있다.

고사리는 식이섬유가 많아 대변을 잘 통하게 하고, 이뇨 효과가 있으며,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겨우내 찐 살의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또 고사리의 산성다당류는 살균, 소독의 효과가 있어 몸의 독소를 해독시켜준다.

취나물은 아미노산, 칼륨, 인, 철분, 비타민A·B1·B2와 각종 무기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취나물의 비타민C는 알콜 분해에 도움을 주고, 비타민B2는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다.

시래기는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칼슘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특히 시래기의 35%이상이 식이섬유로 돼있으며, 칼슘은 배추보다 2배 이상 많다. 시래기에 함유된 비타민A와 C는 모두 항산화작용이 있어 암, 노화, 동맥경화 등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킨다.



4)약식

대보름에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먹는 음식으로 14일 밤이나 15일에 찹쌀, 대추, 밤, 꿀, 잣 등을 섞어 쪄서 만든다.

약식에 들어가는 잣의 지방은 자양강장제 역할을 하는 우수한 불포화지방산 성분으로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혈압을 내리게 할뿐만 아니라 스태미나를 강화시킨다. 겨울철 피부가 건조해 생기는 각질과 피부가려움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피부에 윤기가 흐르게 하고 영양상태도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3.정월대보름은

우리의 선조들은 달이 초승달에서 차차 커져 보름에 만월이 되고 다시 작아지는 것을 곡식과 연관지어, 씨를 뿌리고 자라서 여물고 다시 씨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달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했고 농사를 시작하는 첫 달이 가득 차는 정월 보름을 대명절로 여기며 한 해의 풍년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다. 중국도 한나라 때부터 대보름을 8대 축일의 하나로 중요하게 여겼다. 일본에서는 대보름을 ‘소정월’이라 부르며, 신년의 기점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이는 대보름날을 신년으로 삼았던 오랜 역법의 잔존으로 보이며,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건대 대보름의 풍속은 농경을 기본으로 했던 고대사회로부터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유래됐다고 하겠다.

이제 농경을 중심으로 살지 않는 우리에게 대보름은 점점 잊혀지고 있지만 조상들의 세시풍속에 담긴 지혜를 새기며 자연의 이치를 따라가 보는 것은 시대를 넘어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올해는 봄이 오기 전에 꼭 가족과 함께 오곡밥과 나물로 우리 몸의 오장육부를 깨워보는 것도 좋겠다.

도움말=김광호 숨쉬는한의원 남양주점 대표원장

정리=박국원기자/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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