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목)

  • 흐림동두천 ℃
  • 흐림강릉 24.9℃
  • 서울 25.5℃
  • 흐림대전 26.8℃
  • 구름많음대구 27.2℃
  • 구름많음울산 25.6℃
  • 흐림광주 26.4℃
  • 흐림부산 25.6℃
  • 흐림고창 27.7℃
  • 흐림제주 27.9℃
  • 흐림강화 23.0℃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6.3℃
  • 흐림강진군 26.2℃
  • 구름많음경주시 26.0℃
  • 흐림거제 25.7℃
기상청 제공

[ 아침시 산책] 연탄불을 갈며

 

                                                                                                                  /홍신선

 

컨테이너 간이함바집 뒤 공터에서
연소 막 끝난 헌 연탄재 치석 떼듯 떼어버리고
윗 것 밑으로 내려놓고
십구공탄 새 것을 그 위에 올려놓는다
하나하나 생식기 맞춰 넣고 아궁이 불문 열어두면
머지않아
자웅이체가 서로 받아주고 스며들어
한통속으로 엉겨 붙듯
연탄 두 장 골격으로 활활 타오르리라
둥근 몸피 속속들이 푸른 불길 기어 나와
단세포 목숨처럼 탄구멍마다 솟구치리라 꿈틀대리라
왜 통합이고 통일인가
연탄불 신새벽녘 갈아보면 모처럼 너희도 안다
후끈후끈 단 무솥 안에서
더 요란스럽게 끓어 넘치는
뭇 사설의 뒷모습들.

===================================================

 

   
▲ 박병두 시인·수원영화예술협회장
지금은 연탄구이 음식점에서나 연탄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얼마 전까지 우리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집집마다 연탄을 들여놓곤 했다. 연탄불에 의지하던 시절에는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식구들이 서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곤 했다. 또 단칸방에 살던 가족들은 아랫목에 모여들어 단잠을 청하곤 했다. 연탄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던 것이다. 홍신선 시인의 ‘연탄불을 갈며’에는 ‘한통속으로 엉겨 붙어’ 온기를 지피는 연탄을 통해 화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통일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치적인 논리는 연탄불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시인은 말한다. 신새벽에 연탄불을 갈아보면 알 거라고. 사람과 사람이 함께할 때 뜨거운 온기가 피어오른다. 연탄불은 우리에게 그러한 가치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리라.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