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목)

  • 흐림동두천 ℃
  • 흐림강릉 24.9℃
  • 서울 25.5℃
  • 흐림대전 26.8℃
  • 구름많음대구 27.2℃
  • 구름많음울산 25.6℃
  • 흐림광주 26.4℃
  • 흐림부산 25.6℃
  • 흐림고창 27.7℃
  • 흐림제주 27.9℃
  • 흐림강화 23.0℃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6.3℃
  • 흐림강진군 26.2℃
  • 구름많음경주시 26.0℃
  • 흐림거제 25.7℃
기상청 제공

[아침시 산책]봄꽃들

봄꽃들

/이은봉



자유농원 들마루 위에 쪼그려 앉아

지는 봄, 꽃들 주욱 펼쳐 든다

이 책은 소리 내어 읽어도,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난해하다 모가지 뚝뚝 잘린

동백이여 검붉은 네 머리통 위로

산벚나무 찢어진 꽃잎들

주루룩 흘러내린다 움푹진 땅거죽마다

흥건히 고이는 새하얀 핏물들……

세상 환하다 눈 지그시 뜨고

푸르르 날아오르는 나비들의 날갯짓까지

황망히 읽는다 너무 가까워

잘 보이지 않는다 자유농원

들마루에 쪼그려 앉아 펼쳐 든

책이여 산벚나무 지는 꽃잎이여

모가지 뚝뚝 잘린 동백 꽃잎이여

희고 붉은 네 머리통에, 그만 내 마음 묻는다

남은 젊음, 남은 봄, 빛들

가슴마다 아픈 파 뿌리로 자라고 있다.

-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 / 실천문학사

책을 펼치면 문자들로 가득합니다. 그 문자들은 무엇일까요? 읽을거리입니다. 김춘수의 시 <꽃>의 한 구절처럼 읽을 때만이 의미를 갖게 되는 텍스트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자연도 책이 될 수 있다고 시인은 흥분하고 있습니다. 자연이라는 책을 펼치면 거기에 온갖 꽃들과 벌 나비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기호들입니다. 아마도 ‘지는 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인이 읽은 자연이라는 책의 내용은 아픔으로 가득합니다. ‘모가지 뚝뚝 잘린’, ‘찢어진’, ‘새하얀 핏물들’, ‘가슴마다 아픈’ 언어들로밖에 읽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인의 청춘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묻고 묻는 그날은 언제나 봄입니다. 그래서 아프지만 청춘입니다. /이민호 시인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