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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순간의 꽃

 

순간의 꽃

/고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흔하디 흔한 것

동시에

최고의 것



가로되 사랑이더라

-- 고은, 『순간의 꽃』中, 문학동네 2001



 

함께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일이 사랑이다. 빈상을 채워 올려진 밥과 반찬을 서로 나누어 먹는 일이 사랑이다. 얼마나 흔하디흔한 일인가. 큰 돈 없어도 설렁탕 한 그릇에 붉은 국물의 깍두기 한 접시 장미꽃처럼 향기롭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흔하디흔한 사랑, 당신과 마주하고 앉아서 한 끼 밥을 먹는 일은 이 세상에서 다시는 살 수 없는 가장 행복하고 기쁜 시간이다. 그 순간, 순간이 그렇게 꽃이 되고 기억이 되고 사랑이 된다. 당신의 눈앞에서 오래오래 지지 않는 꽃, 영원의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순간은 꽃으로 매번 다시 태어난다. 새해가 밝았다. 갑오년(甲午年)이다. 청마 해란다. 푸른 기운으로 달려오는 한 해의 활기찬 힘, 밝고 청정(淸淨)한 기운 마음, 몸에 싣고 떠나볼 일이다. /이명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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