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사는 A씨는 거의 매일 타다시피 하던 8번 시내버스의 배차 간격이 갑자기 늘어나 버스회사에 문의했더니 20분에서 1시간30분으로 배차간격을 늘렸다는 답변을 듣고 황당했다.
실제 8번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용남고속㈜이 올해 초부터 해당 노선의 허가받은 배차간격인 15~20분을 무시하고 멋대로 1시간30분으로 늘려 운행하고 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수원시는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채 용남고속㈜ 관계자의 말만 듣고 배차간격을 늘리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탁상머리 행정에 대한 비난은 물론 시와 버스회사의 관계에 대한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24일 수원시에 따르면 용남고속㈜은 지난 2010년부터 용인시 하갈동을 출발해 영덕고등학교와 수원남부경찰서, 수원시청, 팔달문을 거쳐 조원주공아파트에서 차를 돌려 다시 하갈동으로 돌아가는 8번 시내버스를 운행중이다.
당초 용남고속㈜은 수원시로부터 8번 노선을 총 6대의 버스로 하루 60회, 배차간격 15~20분으로 운행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용남고속㈜은 올해 초부터 배차간격을 1시간30분으로 늘려 2대의 버스로 하루 14회 가량만 운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8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던 승객들은 20분만 기다리면 탈 수 있었던 버스를 영문도 모른채 1시간30분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처럼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회사가 시로부터 변경 승인도 받지 않은채 멋대로 버스를 감차 운행하고 있지만 수원시는 경기도버스정보시스템(www.gbis.go.kr)에 접속해 운행 상황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데도 용남고속㈜ 관계자의 감차운행 하지 않는다는 말만 믿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시민 A씨는 “버스회사는 물론 수원시에도 버스 배차간격이 늘어 이용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즉각적인 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탁상행정도 모자라 시 담당 공무원들이 버스회사와 무슨 관계를 맺고 있는게 아닌지 의심 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용남고속㈜이 2달 전쯤 8번 시내버스의 노선변경을 요구했지만 불허한 사실이 있다”며 “사실을 확인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용남고속㈜ 관계자는 “8번 시내버스는 만성적인 적자노선으로 분당선의 연장 개통이후 적자폭이 더욱 커져 시와 의견 조율 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배차간격을 조정한 것”이라고 감차사실을 인정하면서 “감차운행하지 않는다고 시에 답변한 것은 의사소통의 착오”라고 해명했다.
한편 수원시는 8번 시내버스의 감차운행 관련 시정조치 여부를 다음달 3일에야 결정할 계획이라 시의 느림보 행정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