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의 시간
/박경숙
백악기에 갇혀버린 물고기
유유히 흔들던 꼬리
지느러미 날렵하다
존재의 바다를 헤엄쳐
기원을 거슬러 온
선명한 가슴뼈
골과 골의 무늬를 지나
지층과 지층의 사이
표적을 피해 잠입하듯
말똥한 눈망울 둥굴리며
유전(遺傳)을 꿈꾸는가
닮은꼴의 무리를 찾아
중생대 백악기를 헤엄쳐 온
물고기 한 마리
안주하듯 화석의 해심
유영 중이다
암모나이트와 공룡 등은 오래전에 멸종되어 화석만 남아 있다. 이들 생물은 비록 화석으로만 남게 되었지만 한때 세상을 유영하거나 비상하거나 질주하던 생명들이었다. 그러나 멸종된 생명들은 더 이상 꿈틀거리지 못한다. 우리 인간은 자자손손 생명을 퍼뜨리고 있다. 생명공학자들은 머지않아 인간복제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는 달리 불멸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몸만 영생한다고 해서 어디 족하겠는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살아 있는 동안 이름을 남겨보자.
/박병두 시인·수원영화예술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