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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연접의 방식으로

연접의 방식으로

                                                                       /정용화



이름이 간절해질 때 꽃들이 피어난다

햇살을 끌어당겨 시든 꽃의 언어를 읽는 시간은 짧다

저무는 것들 속에서 느릿한 리듬하나 꺼내어 놓는다

들리지 않는 소리 하나 내게로 전달되고서야

기다림은 어느 목숨에나 서식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의 비밀도 갖지 못한 사람이 되어

외로운 살을 더듬으면 고여 있던 향기가 묻어난다

저 고요는 어떤 허공을 품고 있는지

네가 오지 않는 공터에는 어떤 꽃들이 피고 있을까

오래 머물지 말라고 길은 인간의 뒤쪽으로만 생겨난다

-정용화 시집 『나선형의 저녁』/애지




 

 

 

어쩌면 인간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일지 모른다. 고도를 기다리듯 절망적일 땐 희망을, 사랑의 결핍일 땐 연인을, 마음이 가려울 땐 그리움을, 그리고 읍내에 있는 엄마를 기다리다 이만큼 성장했다. 한 송이 국화꽃을 봄부터 기다리듯 모든 기다림은 어느 때를 가리키는 언어와 동의어이다. 기다림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긴 기다림 끝에 창 넓은 카페에서 애인과 반가운 해후를 하고 기다림으로 꽃은 봄을 장식하고 기다림으로 알은 날개를 달고 아기는 울음으로 탄생하고 기다림으로 천둥번개는 빛과 소리를 낸다. 그러므로 ‘기다림은 어느 목숨에나 서식한다.’ 기다림으로 삶은 연장되고 기다림으로 삶은 희망이 되는 것이다. 기다림은 간절한 인내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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