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다치거나 죽지 말라. 대원들의 사고는 곧 국가적 손실이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인 화재현장 출동은 기본, 교통사고·자살·범죄 및 질병 현장 등에 이르기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경기도 소방대원의 고군분투를 위해 이양형(59)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이 항상 대원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인구 1천250만명의 광역도시 경기도. 하루 55분마다 1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7분마다 1건의 구조 사건이 벌어진다.
도 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에만 5만3천176건의 구조 출동, 9천49건의 화재 진압을 실시했고 병이나 부상으로 생명이 위급한 도민 25만5천650명을 구해냈다.
경기도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 소방대원의 근무 여건은 가장 열악하다.
이 가운데 경기도 구급대원 충원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
경기도 119구급대원 수(지난해 10월 기준)는 약 1천100여명. 경기지역 구급대원 법정 수요 인원(1천926명)의 56%에 그친다. 800명 이상의 구급대원이 부족한 셈이다.
‘중환자용 구급차 운영지침’에 따르면 소방대원 출동 시 운전자1명, 구급대원 2명 등 총 3명 출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인력부족으로 2명만 출동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1명이 출동하는 경우도 있다.
소방공무원이 구조 등의 활동 과정에서 속수무책으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이양형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취임 후 매년 100~200명 채용에 그쳤던 소방관을 1천명으로 확대하는 등 김문수 도지사가 소방에 있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에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라며 “하지만 지방 예산에 대부분을 의존하는 소방 재정에서 국비 비중을 확대하는 근본적인 개선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취임 4년 차를 맞은 이양형 본부장을 만나 ‘경기도 소방의 미래와 발전 그리고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해 물었다.
도소방재난본부가 경사를 맞았다. 지난 1월 본부장의 직급이 소방감(2급 상당)에서 소방정감(1급 상당)으로 상향됐는데.
소방정감은 소방방재청 차장과 서울 소방재난본부장을 포함해 3명뿐이다. 직급이 서울과 같아진 것으로 개인뿐 아니라 도 안전행정의 지휘권이 한층 올라간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사실 급여는 그다지 오르지 않았다(웃음). 위상이 높아진 만큼 책임감이 무겁다. 재정 확충 등 경기도 소방 현안 해소를 위해 한발 더 나아가라는 응원의 목소리로 알고 가슴 속에 새기고 있다.
- 소방재정의 지방비 의존율이 너무 놓은 것 아닌가.
소방재정은 지방예산 97%, 국비 2.1%로 지방비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취득세 감소에 따른 세수감소 등으로 지방재정이 악화되면서 경기도를 비롯한 시·군에게 소방재정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소방 업무는 광범위하다. 여기에는 국가업무 수행도 포함된다. 구미 불산사고(12. 9.27)를 비롯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사고(12.1.28), 남양주 빙그레 암모니아 유출사고(14.2.13) 등 환경부에서 전담하는 화학사고 발생 시 소방에서 대응업무를 수행한다.
또 산림청이 맡고 있는 산불화재진압, 원자력위원회·국가정보원이 전담 부서인 원자력사고 및 대테러대응 업무도 모두 소방에서 대응하지만 이에 따른 인력·장비 지원은 미흡하다.
현행법은 소방업무 전반에 대한 국고보조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비 분담률(2.1%)은 미국 15.9%, 일본 17.7%, 이탈리아 87.2%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미 연방정부의 경우 유해화학물질 보조금과 산불대응 보조금, 화생방·대테러 대응 보조금 등을 마련해 소방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정 확충 개선책은.
안정적 소방재정 확보를 위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현재 안행위에서 계류 중인 ‘소방기본법’ 개정안(새누리당 김학용 의원 발의)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노력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현행 119구조 장비만 보조금이 지급되는 현 규정이 모든 소방장비로 확대, 소방 서비스 수준이 현재보다 10% 이상 향상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소방안전세’를 신설, 관련 법령의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소방안전세를 신설, 현행 담배소비세에 이를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및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현 담배소비세액을 기준으로 5%를 목적세인 소방안전세 명목으로 더 걷어 소방재정으로 사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간 1천550억원 가량의 소방재정(전국 기준)이 추가 확보될 것이다.
도소방재난본부는 이러한 법제화 추진을 위해 올 상반기 시·도지사 협의회 및 의회 의장단을 통해 정부 건의를 추진하고 중앙부처를 찾아 관련 법안 우선 처리를 설득할 계획이다.
오는 5월 재난종합지휘센터 가동을 앞두고 있는데.
도내 34개 소방서 119신고 접수 및 출동지령시스템을 통합하는 ‘경기도 재난종합지휘센터’가 가동된다. 약 258억원(도비)을 투입한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돼 현재 시험 가동 중이다. 지휘센터가 구축되면 도내 주요 재난정보를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어 불산 누출 등과 같이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조와 정보 공유가 필요한 사고에 대한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응력을 갖추게 된다.
광범위한 재난 시 기존 3~5명 단위의 상황대응팀이 통합 상황관리를 통해 10배가량 확대된 32명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특히 소방서 관할 구역 없는 근거리 출동체계가 가동되면서 출동·도착까지의 소요 시간이 기존 8~10분에서 4~5분으로 단축된다.
전국 소방서의 출동에서 현장 도착 시간은 평균 9분(2012년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생존율 향상 등 초기 대응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대원을 위한 안전 대책은.
올해 순직사고 방지대책을 추진한다. 실물기반 3D 입체 소방대상물을 통한 가상 화재훈련으로 긴장감 등 감성체험을 높여 지휘관 훈련, 현장대원의 순직사고 방지 및 현장대응 능력을 강화할 것이다.
또 올해 19억원을 들여 ‘건강한 소방공무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 스트레스 자가 해소를 위한 힐링케어방을 도내 전 소방서에 설치하고 전문 치료기관의 함께 소방대원의 심신건강 진료 및 심리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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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형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전남 순천 출신이다. 지난 1987년 소방간부후보 5기로 소방에 입문했으며, 전남소방본부 소방행정과장과 소방방재청 대응기획과 지도담당, 전남 소방본부장 등을 거쳤다.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자녀는 2남 1녀.
글 | 홍성민기자 hsm@ 사진 | 노경신기자 mono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