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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하드와 아이스크림

 

하드와 아이스크림

/김미정

그는 내 손을 잡지 않고

손가락 하나만 잡는다

늘 그런 식이다

작은 것에 몰두하는 날들이다

냉동실에 넣어 둔 하드가 물컹거린다

하드는 딱딱한 것이 본질인데

언제나 현상은 본질을 앞지르곤 한다

마음의 길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그의 손바닥을 생각한다

내 손가락이 그의 손 안에 있을 때

태양은 나를 낯선 곳으로 데려가려 한다

그래도 안심을 한다

그가 잡았던 손가락을 만지며

뜨거운 모래밭으로 걸어간다

바람은 본질과 현상은 하나라고 말한다



-김미정 시집 ‘하드와 아이스크림’ /시와 세계



 

하드와 아이스크림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 손을 잡는 것과 손가락 하나만 잡는 것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 우리는 현상에 집착하기 쉽다. 손가락 하나만 잡는 것과 손을 잡는 것으로 사랑의 본질을 논할 수는 없다. 여기서 믿음과 의심의 문제가 발생한다. 재미와 사유가 동시에 발현되는 시이다.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그가 잡았던 하나의 손가락을 만지며 뜨거운 모래밭으로 걸어가 보시라. 본질과 현상은 하나라고 말하는 바람의 속삭임이 비로소 들릴 것이다.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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