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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격

                                    /윤중목

내가 오늘의 점심메뉴로

800원짜리 또 컵라면을 먹든

8,000원짜리 불고기백반을 먹든

80,000원짜리 특회정식을 먹든

밥값에 매겨진 0의 갯수로

제발 나의 인간자격을 논하지 마라.

그것은 식탁 위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입과 혀를 교란시키는 한낱 숫자일 뿐.

식도의 끈적끈적한 벽을 타고

위장으로 내려가는 동안

앞대가리 8자들은 모조리 떨어져나가고.

소장에서 대장에서 직장으로

울룩불룩 창자의 주름을 빠져나갈 때

나머지 그 잘난 0자들도 모조리 떨어져나가고.

밥격과 인격은 절대 친인척도

사돈에 팔촌도, 이웃사촌도 아니다.

- 윤중목, 문예계간 『시에』 2010년 가을호




 

경제적 수치를 ‘국격’(國格)으로 이해한다면 그처럼 위험한 인식도 없다. 사람의 인격이 경제적 수치로 가늠할 수 없듯이 나라의 품격 또한 그 국가정책의 가치와 국민의 높은 문화적 수준이라고 하겠다. 오늘 시인은 밥값이 인간의 자격을 논할 수 없다고 시대를 노래하고 있다. 자신의 과시를 위해 고가의 식사를 한다 해도 그 또한 모두 배설물이 될 뿐이다. 결국 인생에게 남는 것은 밥격이 아니라 인격이다. 시인은 밥격을 통해 점점 돈으로 인격을 판단하려는 세태를 꼬집고 있는 것이다. 오늘 내가 얼마짜리 밥을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먹든 먹은 것 이상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한편의 해학(諧謔)으로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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