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춤
/함순례
벚꽃잎 바람에 실려 돌아가시네
먼 길 걸어와
후끈하게 달아오른 온 몸을 열어
절정에 올랐다가
미련 없이 길 떠나는
저 비릿한 蘭章난장,
정류장 빈 의자에 잠시 올려놓은
맨발로 가는 생의 첫 마음을 읽네
신발을 벗듯
일생 꽃피우겠다는 중심을 향해
바짝 나투시는
꽃의 일념은
제 몸 향기로운 혈관을 짜
우주의 통로를 여는 일
가벼워라, 바람은 참 맑아서
꽃 진 자리 눈뜬 새잎이 허공을 밀고 가네
꽃나비 떼 무진무진
물들이며 날아오르네
- 「혹시나」 삶창
봄날 휴일에 결혼식과 장례식에 다녀왔다. 세상에 태어나 여린 풀잎 같은 몸과 영혼을 키우고 한 계(系)를 형성하고 살아가는 또 다른 시작의 자리를 에둘러 해가 지평선을 가까이 할 즈음 부음을 좇아 달려갔다. 애통하지 않은 시간이 어디 있으랴만 느닷없는 죽음의 선고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한때 벚꽃처럼 화르르 피어올라 비릿한 절정을 순례하고 각각 꼭 그만큼의 나투시 하고는 마침표를 찍는 지점이었는지. 떠나는 사람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데. 남은 자의 후회를 담보로 이 생(生)의 기억을 짊어지고 우주의 통로를 여는 의식을 치르는 중인지. 신발 훌훌 벗고 맨발로 소리 삼키고 떠나는 사이, 꽃춤이라도 한 판 추어야 하지 않은지. 죽음도 생의 한 면(面)이니 가볍게 뒤꿈치 치켜세우고 사위사위 그리움 떨치고 훌훌날아오를 일일지도.
/이명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