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목)

  • 흐림동두천 ℃
  • 흐림강릉 24.9℃
  • 서울 25.5℃
  • 흐림대전 26.8℃
  • 구름많음대구 27.2℃
  • 구름많음울산 25.6℃
  • 흐림광주 26.4℃
  • 흐림부산 25.6℃
  • 흐림고창 27.7℃
  • 흐림제주 27.9℃
  • 흐림강화 23.0℃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6.3℃
  • 흐림강진군 26.2℃
  • 구름많음경주시 26.0℃
  • 흐림거제 25.7℃
기상청 제공

 

인사

                                                                            /이정주

내가 잘 가세요 했더니 그 아저씨는

아무 탈 없이 산을 넘어갔다.

내가 잘 가세요 했더니 그 아주머니는

아무 탈 없이 강을 건너갔다.

내가 잘 가 했더니

그 계집애는 무사히 바다 너머로 갔다.

바다 건너서 흔든 계집애의 손바닥이

반짝반짝 파도쳐 이쪽으로 밀려왔다.

산이 강을 덮쳐도 아무소리 나지 않았다.

고목에 등을 기대고 서서 잘 가세요 했더니 그 할아버지는 무사히 별자리 건너로 가셨다. 고개를 숙이고 잘 가 하고 울먹였더니

그 친구도 무사히 밤하늘에 도착했다.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별빛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이정주 시집 홍등에서

 

 


 

이별의 절차니 이별의 방식이니 이별에 대한 예의이니 이별에 대한 무수한 말이 있다.

인사에는 안녕이라는 것이 있다. 만나서도 안녕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하나 인사는 마음을 담는 밥그릇이다. 잘 가세요 에는 잘 가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하나 반어법처럼 가지 말라는 마음이 담기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붙잡고 싶지만 붙잡지 못하고 가라 해버린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것이 생의 괴로움이고 슬픔이다. 살면서 무수히 가지는 만남도 따지면 서로에 대한 조문이다. 막다른 이별 앞에서 잘 가세요 는 거역치 목할 운명에 수긍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마음은 아프고 아릴 수밖에 없다. 이정주 시인의 시력이 잘 나타나는 좋은 시가 감동을 끝없이 던져준다. 잘 가세요 해놓고 돌아서서 운 기억을 떠올리게도 한다.

/김왕노 시인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