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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꽃 동냥치

 

꽃 동냥치

/박상률

밥 한 주먹 담아 먹을 양재기 하나 없어도, 동전 몇 닢 받아 넣을 깡통 하나 없어도, 그는 동냥치다. 한 면에 한 마을씩 가가호호 제삿날만 챙겨 두면 먹고사는 일 정승 판서 부럽지 않은 그. 등짝에 지고 다니는 망태기엔 철따라 달리 피는 들꽃 가득하여 꽃동냥치라 불리지만, 그는 여태껏 무얼 동냥한 적이 없다. 어쩌다 제사 없는 날엔 아침 일찍 뒷산에 올라 마을 사람 아침잠을 다 깨운다.

“내 며느리들 빨리 일어나서 나 먹을 아침밥 지어라!”

졸지에 한 마을 아낙이 모두 그의 며느리가 되고 만다.

그가 죽어 그의 꽃 망태기도 같이 묻혔다. 그의 무덤에 꽃이 피어났다. 지금 내가 그에게 동냥을 청한다.

“꽃 한 송이, 내 등짝에도 피어나게 해 주세요.”

 

-박상률 육필시집 『꽃동냥치』 2013

 

이 시는 박상률 시인의 소설 『봄바람』에 삽입된 시이기도 하다. ‘동냥치’는 불교용어인 동령(動鈴)에서 나온 소위 탁발승의 세속적 표현이다. 시인의 어린 시절 보았을 동냥치들은 승려가 아니어도 마치 승려같이 보시(布施)주머니인 망태기를 들고 동네 잔치집 혹은 상가집을 찾아다니곤 했다. 동냥치들이 잔치집에서 얻은 동냥은 새 가정이 뿌린 적선의 기회였고, 제사집에서 행한 동냥 또한 망자(亡者)를 위한 마지막 적선(積善)이었다. 그런데 시인은 그것을 ‘꽃동냥치’라고 노래한다. 꽃동냥치의 무덤이 된 오늘에 대하여 아직도 사랑의 향기를 품고 있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시인은 삶의 등짝에 무거운 짐이 아니라 사랑의 꽃을 피우게 해달라고 사라진 꽃동냥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문득 묻게 된다. 나의 꽃동냥치는 어디 있냐고./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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