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점에서
/임병호
잃어버린 내 안경들
어디에 있을까
술집에서, 喪家에서
택시 안에서
기억 없는 곳에서
나와 헤어진
안경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어두운 세상 밝게 보려던
흐려진 가슴 맑게 보려던
내 안경들은 지금
도시 어디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산속 어디서 새소리 바라보고 있을까
이승 어디서 저승을 바라보고 있을까
늙었는가,
옛날 옛일이 자꾸 생각나는데
나를 떠난 추억들이 분신처럼 그리워진다.
이 시의 화자, 즉 시인은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안경을 잃어버리듯 추억도 잃어버리고 사는 생의 이면을 안타깝게 붙잡으려 하고 있다. 시인의 추억들에는 아픔이 가득 묻어나 있다. 그 아픔들을 회상하는 것은 분명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회상 덕분에 고뇌와 사유가 담긴 시들이 세상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강산은 유수하게 변했건만 시인은 여전히 추억의 그 자리에 서 있다. 번지 없는 주막에서 그때 그 시절을 불러내고, 울고 넘는 박달재의 서곡은 애절한 추억들을 내놓은 깊은 밤, 시인은 어느덧 주름이 깊게 진 사람이 되었지만 추억과 함께하는 순간 시인은 늙지 않는다. 시인의 따스한 감성과 여린 마음이 서글프다 못해 아프다. 촘촘히 따스하게 걸어온 시인의 흔적들, 추억 속에서 아름답게 재생된 그 옛날이 너무 그립다. /박병두 시인·수원영화예술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