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7.6℃
  • 구름많음강릉 14.9℃
  • 구름많음서울 8.6℃
  • 박무대전 10.6℃
  • 연무대구 13.3℃
  • 맑음울산 17.3℃
  • 박무광주 11.7℃
  • 구름조금부산 17.0℃
  • 흐림고창 9.9℃
  • 흐림제주 16.2℃
  • 구름많음강화 7.4℃
  • 흐림보은 9.2℃
  • 흐림금산 12.9℃
  • 흐림강진군 14.1℃
  • 맑음경주시 16.3℃
  • 구름조금거제 15.8℃
기상청 제공

[아침시 산책]안경점에서

안경점에서

                                              /임병호

잃어버린 내 안경들

어디에 있을까

술집에서, 喪家에서

택시 안에서

기억 없는 곳에서

나와 헤어진

안경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어두운 세상 밝게 보려던

흐려진 가슴 맑게 보려던

내 안경들은 지금

도시 어디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산속 어디서 새소리 바라보고 있을까

이승 어디서 저승을 바라보고 있을까

늙었는가,

옛날 옛일이 자꾸 생각나는데

나를 떠난 추억들이 분신처럼 그리워진다.

 



 

이 시의 화자, 즉 시인은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안경을 잃어버리듯 추억도 잃어버리고 사는 생의 이면을 안타깝게 붙잡으려 하고 있다. 시인의 추억들에는 아픔이 가득 묻어나 있다. 그 아픔들을 회상하는 것은 분명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회상 덕분에 고뇌와 사유가 담긴 시들이 세상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강산은 유수하게 변했건만 시인은 여전히 추억의 그 자리에 서 있다. 번지 없는 주막에서 그때 그 시절을 불러내고, 울고 넘는 박달재의 서곡은 애절한 추억들을 내놓은 깊은 밤, 시인은 어느덧 주름이 깊게 진 사람이 되었지만 추억과 함께하는 순간 시인은 늙지 않는다. 시인의 따스한 감성과 여린 마음이 서글프다 못해 아프다. 촘촘히 따스하게 걸어온 시인의 흔적들, 추억 속에서 아름답게 재생된 그 옛날이 너무 그립다. /박병두 시인·수원영화예술협회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