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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상

                        /허수경

내일은 탈상

오늘은 고추모를 옮긴다.



홀아비 꽃대 우거진 산기슭에서

바람이 내려와

어린모를 흔들 때



막 옮기기 끝낸 고추밭에

편편이 몸을 누인 슬픔이

아랫도리 서로 묶으며

고추모 사이로 쓰러진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남녘땅 고추밭

햇빛에 몸을 말릴 적



떠난 사람 자리가 썩는다

붉은 고추가 익는다

-허수경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실천문학 1988>

 



 

내일 탈상인데 오늘 고추모를 옮기는 심사는 무언가? 어린모를 어루만지듯 흔들어주는 바람은 홀아비 꽃대 우거진 산기슭에서 내려온다. 아랫도리를 서로 묶었으니 얼마나 잘 쓰러질 것인가. 쓰러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썩을 것이다. 썩어 거름이 된 슬픔들이 붉은 고추가 되어 가을볕에 다시 일어선다. 삶은 계속된다. 이렇게 울음도 없이 슬픔은 나직하고 깊어 그 붉음으로 더욱 뜨겁다. /조길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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