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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제 꿈에서 뭐 하시는 거예요

제 꿈에서 뭐 하시는 거예요

                                                                                    /임경묵

이 많은 쇠똥을 어디에 쓰게요?



44살의 아버지가 쇠똥을 나르면, 11살의 나는 쇠똥을 쌓고요

54살의 아버지가 쇠똥을 나르면, 21살의 나는 쇠똥을 쌓고요

64살의 아버지가 쇠똥을 나르면, 31살의 나는 쇠똥을 쌓고요

74살의 아버지가 쇠똥을 나르면, 41살의 나는 쇠똥을 쌓고요



고욤나무 꽃그늘이 제법 묵직해졌어요



아버지,

쇠똥을 나르느라 새참도 거르셨나 봐



팝콘처럼 쏟아지는 고욤 꽃을 참 맛있게 드시네



아버지,

이제 쇠똥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소는 제가 키울게요

-임경묵, 2014 『시와경계』 2014, 봄호

 

 

 

 

이 시를 감상하노라면 한 폭의 고향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선한 아버지와 순한 아들의 정담(情談)이 들리는 듯하다. 아버지가 날라준 쇠똥으로 쇠똥을 쌓는 일은 아버지가 날라준 사랑으로 아들이 꿈을 쌓고, 그 사랑의 세월만큼 고욤나무 꽃그늘도 무게를 더하고 있다. 사랑의 유전(遺傳)이 이루어지는 신비한 시간이다. 아들은 이제 아버지의 꿈을 키울 시간이 되었다. 아버지는 사랑을 나르고 아들은 꿈을 쌓는 이 시의 풍경은 참으로 매우 따뜻하고도 향기로운 시간의 풍경화다, 오늘도 사랑과 희망을 품은 아버지와 아들에게 보내는 공감과 경의의 노래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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