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스 Anise와 별 /김영찬
너를 만나기 1세기 전부터 내리던 비가
너를 만나기 1초 직전에 쿵!
멈춘다
속눈썹 난간에 일렁이는 물결
1세기 동안 축적된 빗방울이 모여든
네 눈동자는
근원이 된다
물미역 냄새 풀썩풀썩 우리는
소행성 너머로
출정준비 나팔을 불고
북반구의 별들 일제히 입맛을 시작한다
-김영찬 시집 『투투섬에 안간 이유』/시안
1세기 전부터 내리던 비는 눈물이 되기 위해 너를 만나기 1초 전에 멈춘다. 아니스라는 식물의 열매를 보면 별 모양 속에 단단한 눈물 한 방울씩 들어있다. 그 눈물은 ‘너를 만나기 1세기 전부터 내리던 비’였다. 아니 1세기라는 시간이 경과된 비가 눈물이 되었다. 1세기 동안 축적된 그리움의 눈물이다. 눈물은 아무 때나 흐르지 않는다. 눈물 한 방울 흘리기 위해 온 바다를 끌어와야 한다. 그러므로 네 눈동자는 모든 물이 모여드는 ‘물의 근원’이고 눈물 한 방울이 바다라는 큰물의 줄기가 된다. 눈물은 그래서 별처럼 영롱하고 아름다운 것이다./성향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