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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기술이 아닌 정이고 사랑이다

 

자본의 세상에서

사력을 다해

‘인간’을 부여안고 지키려는 선생님…

이상석 선생님은

아이들의 고향이다



거리를 지나는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는 시절이다. 거친 말이 오가는 대화를 듣고 줄여 입은 교복을 보며 “애들이 다 그렇지”라며 비난과 체념 섞인 말을 하다가도, 애들이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지켜주지 못함에 미안한 요즘이다.

책에 실린 글을 쓸 당시 50대 중후반의 교사 이상석은 같은 마음이었다.

이 책은 이상석 선생이 2000년대 중반에 부산 경남공고에서 재직할 당시에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교육 활동과 교단 일기를 엮어 펴낸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가 1988년에 처음 나왔으니 25년 여 만에 다시 내 놓은 교육 에세이다.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는 당시 5판 30쇄를 발행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책에서 교사 이상석은 경남공고 아이들과 살았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준다. 1부 ‘야들아, 뭐 하노?’는 저자와 학생들의 1년 생활을 시간 순으로 재배치한 글들이고, 2부 ‘가난이 너희를 키웠구나’는 가정방문 이야기다. 3부 ‘내가 만난 아이들’은 이상석 선생이 만난 아이들 이야기, 4부 ‘삶을 가꾸는 글쓰기’는 아이들과 함께 한 글쓰기 이야기이다.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에서 보여주었던 아이들에 대한 깊은 사랑과 교육 현실에 대한 작가의 분노는 여전히 읽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하지만 50대 중후반이 된 ‘도대체 학교가 뭐길래!’의 이 교사는 변한 세상과 이아들, 흐르는 세월 앞에서 조금은 힘이 부쳐 보인다.

야생성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안타깝고, 변하지 않는 학교의 모습에 절망하며, 쉽게 타협하는 자신에게 좌절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개학맞이 목욕을 하고, 교장의 눈치 따윈 아랑곳없이 가정방문을 다니며, 아이들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한다. ‘저기 산이 있어 오르듯이’ 그에게는 함께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박재동 만화가의 그림도 곳곳에 들어 있다. 단순한 일러스트를 넘어 박재동 만화가는 이상석 선생이 쓴 글 또는 아이들이 쓴 글 들을 만화로 훌륭하게 재탄생시켰다. 글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서로의 호흡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작업이다. 박재동과 이상석은 이팔청춘, 고입 재수 시절에 만나 지금까지 둘도 없는 동무로 지내고 있다.

박재동 만화가는 이상석 선생을 이 책의 맨 앞에서 “내 친구 이상석 선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할 수 없는 선생님’이다. 어려운 아이들과 밥을 먹으며 마음을 맞추고,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잃지 않게 품에 껴안고 지키는 선생님, 이 자본의 세상에서 사력을 다해 ‘인간’을 부여안고 지키려는 선생님이다. 수업은 기술이 아니다. 만남이다. 정이고 사랑이다. 사랑의 선생님…그래서 이상석 선생님은 아이들의 고향이기도 하고 내 고향이기도 하다.”고 소개한다. 이 책은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해 온 50년 지기의 우정의 산물이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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