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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X

                                                                             /강인환

택배 트럭이 도착한다.

닫혀 있는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모르는 기사는 경비실로 상자를 들고 간다.



상한 여름이 스티로폼 박스 안에서

슬슬 부패한 소문의 알을 슬기 시작하는 오후-.



기억 속으로

끝없이 기억 속으로 침몰하는 군함이 있다.

상자 X가 있다.



날 좀 꺼내다오, 그리고 제발

내 눈과 입에 가새표로 붙여 놓은 이 테이프를 떼어다오.

-강인한 시집 ‘강변북로’ / 詩로 여는 세상

 





 

택배를 기다리는 마음은 즐겁다. 기쁘게 전달되기를 기다리며 먼 길 달려왔을 택배 상자. 그러나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경비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린다면? 더구나 시간이 경과할수록 부패해서 소용없게 된다면? 어쩌면 기억은 잊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으로 버티는지도 모른다. 소중한 기억들이 찾지 않는 택배상자처럼 기억 속으로 침몰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마치 단단한 군함처럼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한 그 기억들이. 어쩌면 절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발 좀 꺼내달라고, 우리가 가새표를 붙여 봉인해버린 기억들 다시 햇빛을 쬐이고 새롭게 기억하라고.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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