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7 (수)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24.0℃
  • 서울 24.4℃
  • 대전 22.2℃
  • 흐림대구 23.6℃
  • 흐림울산 24.1℃
  • 구름많음광주 24.5℃
  • 흐림부산 24.1℃
  • 구름많음고창 26.1℃
  • 흐림제주 27.3℃
  • 흐림강화 22.8℃
  • 흐림보은 22.3℃
  • 흐림금산 22.0℃
  • 구름많음강진군 23.5℃
  • 흐림경주시 24.3℃
  • 구름많음거제 24.9℃
기상청 제공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이성부 「우리들의 양식」 민음사 1974년 9월

 



 

그렇게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한없이 메마른 가지는 물기라고는 흔적조차 없이 겨울을 지키며 숨죽여 있다가 언 눈물 녹여 마신 물기를 밖으로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보송보송한 솜털로 제 몸을 감추고 있던 목련이 드디어 입을 여는 구나 알아보자. 성급하게 커다란 이파리를 바람에 툭툭 제 무릎 아래로 내려놓고 있다. 연분홍 진달래 점점이 박히고 개나리 종알종알 지저귀는 봄, 그래 봄은 왔다. 팍팍하고 물기 없어 메마른 삶, 무거운 어깨 떨치고 가라고 환한 빛을 켜 칙칙한 발 앞을 비춰주는 봄이다. 연초록 싱그러운 물기 촉촉하게 젖어들어 평안한 봄을 누릴 수 있도록.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노인들이 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되는, 식솔을 챙기는 장년들의 마음이 환하고 환해지도록./이명희 시인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