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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국

                            /김길나

푸드덕 찬바람을 털어내고

아침마다 한 쌍의 새가 날아와선

창문을 열라 보챈다

그래, 겨우내 움추린 내 몸 안에

봄이 오고 있음이야

나는 이 아침에 쑥국을 끓여

먹는다 버려진 둔덕에서도

밟힐수록 눈 밝힌 쑥이지, 아마.

쑥쑥 목구멍을 타고 국물로 흘러들어와

햇빛 한 아름 불러들이고 있음이야

아, 맛있다! 생기나게 하는 이 초봄의

쑥국 맛. 들녘에서 먼저 눈 비비고 깨어나

꽃샘추위로 고독을 달군 이 향긋한 내음이며

차가운 빗물이랑 해와 달과의

고적한 기억을 감춘, 혹은

그 견고한 사랑을 풀어내는

쑥국 맛 참 맛있다!

-김길나 시집 ‘빠지지 않는 반지’ / 문학과 지성사




 

무한한 생명력을 지닌 자연의 신비 앞에서 인간은 자유로운가. 어김없이 봄은 왔다. “밟힐수록” 더 단단해진 흙 속에서 내성을 키우며 싹을 틔우고, 보란듯이 “생기”있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쑥”. 양지 바른 곳, 좋은 곳만을 선택해 피어나는 꽃들과 다르게 “둔덕”에서 “꽃샘추위” 속에서 “고독”하게 견뎌냈을 “쑥”들의 시간이 경외롭다. 모두 높은 곳만을 향하여 꽃보다 화려한 등산복을 입고 꽃구경 가는 봄날, 낮은 자세로 흙냄새와 쑥 향기를 맡으며 봄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권오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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