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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행성관측

행성관측

                                                          /천서봉

불행이 따라오지 못할 거라 했다.

지나친 속도로 바람이 지나갔고 야윈 시간들이

머릿속에서 겨울, 겨울,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일찍 생을 마친 너를 생각했다.

대개 너는 아름다웠고 밤은 자리끼처럼 쓸쓸했다.

실비식당에서 저녁을 비우다 말고 나는

기다릴 것 없는 따스한 불행들을 다시 한번 기다렸다.

하모니카 소리 삼키며 저기 하심(河心)을 건너가는 열차,

왜 입맛을 잃고 네 행불의 궤도를 떠도는지.

콩나물처럼 긴 꼬리의 형용사는 버려야겠어,

말하던 네 입술은 영영 검은 여백 속으로 졌다.



그래도 살자, 그래도 살자.

국밥 그릇 속엔 늘 같은 종류의 내재율이 흐르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건 여전히 사람이지만

나는 더 이상 사람을 믿지 않는다.

- 천서봉 「서봉氏의 가방」 문학동네 2011년 12월

 




 

그래도 살자, 봄이 오는 길목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버렸다. 얼마나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까.한번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세금을 지불했으나 그들의 안위는 아무도 보장해 주지 않았다. 버티다 더 이상 밀릴 곳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고공에서 노상천막에서, 살 수 없는 곳이 되어가는 고향땅에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 그래도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던져서 살아보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돌아보는 이 없어도 힘겹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도 살자. 살아서 긴 겨울 끝에 찾아온 봄을 맞아 활활 어깨를 펴고 모두가 평안해지는 빛을 누리며 곁을 지키는 사람들을 마주 보고 살자. /이명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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