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유리2
/이기철
새처럼 깨끗한 내장으로 살 수 있다면
물고기처럼 투명한 몸으로 살 수 있다면
내 서슬 푸른 욕망 모두 베어내도 좋으리
나비처럼 가벼운 몸으로 꽃밭을 날 수 있다면
구름처럼 피었다 지는 생애에 자유로울 수 있다면
내 몸뚱이보다 더 큰 고뇌를 오늘에서 내일로
운반하지 않아도 좋으리
진실로 나무처럼 흙 위에서 싱싱해지는 삶일 수만 있다면
불빛처럼 어둠에서 차가운 몸 데울 수만 있다면
-이기철 시집 ‘유리의 나날’ / 문학과 지성사
명징해질 수 있다는 것은 깨끗하게 닦아내거나, 비워내는 행위 끝에 오는 것들이다. “서슬” 푸른 “욕망”은 베어내도 웃자라거나 베어낸 자리만큼의 면적으로 다시 메워진다. 욕망의 영토에서 토양이 되어주는 “오늘”이거나 “내일”이라는 시간들. 그 시간들은 단지 “나날”에 불과한 어떤 순간들이다. ‘유리’에 닿는다는 것은 경계를 허문다는 의미이자, 내부와 외부의 벽을 허물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자아를 반영하는 유리. 자신의 내부를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의 투명함. 순간이 영원으로 이행하는 통로이다.
/권오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