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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통닭’ 맛소문 타고 전국 날다

 

속초 관광수산시장 ‘닭강정’

수도권서 4시간 걸려도 방문 ‘북적’
2시간 줄 기본에 택배 문의도 쇄도



인천 신포국제시장 ‘닭강정’

평일에도 수시간 긴 줄 다반사
여름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안해



수원 통닭거리 ‘치맥’

갓 튀겨낸 치킨 본연의 맛 즐겨
매일 밤 주민·관광객 북새통


‘고유의 비법’ 맛 차별화 성공
전국 식객 입맛 사로잡아
지역 대표 명소 자리매김
인근 관광지·상권도 활성화

 



■ 팔도 제일 통닭집 3곳 인기 이유는

전 국민이 좋아하고 또 즐겨 먹는 통닭. 꼬마 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간식으로, 한 끼 식사로 또 술안주로 어울리는 통닭이 언젠가부터 국민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프랜차이즈 통닭집이 전국 곳곳에 자리 잡으면서 누구나 쉽게 전화 한통으로 먹을 수 있게 됐지만, 많게는 3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시장 통닭집으로의 발길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미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는 지역마다 유명한 통닭집을 표시한 일명 ‘전국통닭지도’가 떠돌 만큼 전국적인 관심이 커지면서 전국을 상대로 영업이 이뤄지는 시대가 열렸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전국에 알려진 ‘통닭맛집’은 모두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었다. 자체 개발한 소스로 특유의 맛을 앞세워 수십여년간 지역민들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던 것.

이에 본보는 전국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통닭집이 있는 강원도 속초시의 관광수산시장, 인천시 신포국제시장 그리고 수원의 통닭거리 세 곳을 살펴봤다.

 



지역을 넘어 전국 입맛을 사로잡다

강원도 속초관광수산시장(이하 속초시장)을 방문하면 닭강정 박스를 들고 있는 시민의 모습이 흔하게 목격된다. 속초시 지역민부터 멀리서 온 관광객까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속초시장을 찾게되면 필수로 찾는 음식이다.

동해안을 대표하는 속초시장에는 닭집이 13곳에 이른다. 몇년 전 TV 방송에 한 매장이 소개된 계기로 덩달아 속초시장의 닭강정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현재는 속초를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이 속초시장까지 자동차로 이동하려면 3~4시간이 소요될 만큼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면 직접 방문하는 시민이 많아 1~2시간씩 줄을 서야 할 정도다. 게다가 하루이틀 소요되는 택배 배달 문의도 매일 쇄도하고 있다.

인천 신포시장은 경기도, 서울과 가까워 직접 방문하는 시민이 많아 평일에도 긴 줄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여름철 더운 날씨에도 많게는 수시간씩 기다려 구매하는 시민이 줄지어 있다.

수원 팔달문 인근에 있는 통닭거리도 매일 많은 사람이 붐빈다. 앞서 설명한 인천과 속초의 닭강정 전문점과 달리 수원 통닭거리의 대표메뉴는 치킨, 통닭이다.

장시간 유통에도 본연의 맛을 간직하는 닭강정과 달리 수원 통닭거리의 치킨은 매장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다 보니 매일 밤이면 치킨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즐기려는 주민과 맛을 즐기러 온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집 앞에서도 맛볼 수 있는 통닭을 장시간 기다리면서, 택배까지 동원해 먹으려는 이유는 뭘까.

앞서 언급한 통닭과 닭강정은 모두 가게마다 차별화된 맛을 낸 ‘요리’다. 생닭부터 치킨 파우더, 양념소스, 튀기는 방법 모두 획일화된 방법이 아니라 매장마다 고유의 비법이 담겨있다. 전국에 자리 잡은 프랜차이즈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유의 맛으로 전국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 아닐까.

속초시장 윤명학(50·여) 중앙닭강정 대표는 “1970년대부터 이어져 현재 2대째 운영 중으로, 30여년째 자체 제작한 양념으로 닭강정을 만들고 있다”면서 “멀리서 소문을 듣고 찾은 관광객이 실망하지 않도록 각 매장들이 최고의 맛을 내고 있다”고 자부했다.



 

관광지와 연계 그리고 지역 명소로 자리잡다

앞서 소개한 닭집의 특징은 최소 20여년 이상의 전통을 갖고 한 자리에서 현재까지 영업해온 점이다. 2000년대 중반을 지나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전은 지역 통닭 거리를 전국에 알리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집 앞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을 무기로 전국의 식객을 끌어모음과 동시에 인근 관광지와 연계해 지역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속초시는 사계절 내내 주말이면 관광객이 붐빈다. 동해의 시원한 바다와 바람, 설악산의 경치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최근에는 닭강정을 맛보러 오는 관광객까지 몰리면서 주말이면 숙박업소에 자리가 없을 정도다.

신포시장도 인근 월미도와 차이나타운 그리고 송도국제도시 등 관광지와 가깝다. 특히 신포시장은 중국인 관광객을 특정해 끌어모으고 있는데, 지난해 처음 여행사와 연계해 일년간 1만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지난해와 동일한 이벤트 예산이 불과 3개월 만에 동났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수원시는 전통적으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영향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행궁 광장과 불과 30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치킨 골목은 어느새 화성 관광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수원을 찾은 관광객 한지수(29·전남 광양)씨는 “특정 지역을 처음 방문하면 먼저 알아보는 것은 맛집이다”라며 “수원화성 방문도 중요하지만, 수원의 맛집 골목으로 알려진 통닭 골목은 필수”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아이콘으로 지역 경제를 바로잡다

2000년대 초중반 대기업의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전국 전통시장은 과거의 화려함을 뒤로하게 됐다. 이후 정부의 시장 활성화 정책과 소상공인의 노력으로 생존은 성공했지만, 여전히 이들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

이에 따라 전통시장은 생존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대형마트에 밀리지 않는 대형 주차장, 시설 현대화, 청결·위생 등 여러 노력을 펼쳤지만 과거 북새통을 이루던 시장의 모습은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원도 속초시장과 인천 신포시장 등 전국에 알려진 통닭집이 있는 곳은 사정이 달랐다. 이곳은 시장 상인들의 생각처럼 현대화된 시설도 아니지만 대형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전통시장에서 밖에 볼 수 없는 ‘맛’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전국을 사로잡은 통닭의 ‘맛’으로 사람을 끌어오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통닭을 맛보려는 시민들은 바로 옆에 있는 매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고, 시장 전체로 확대되면서 점차 효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박진성(38) 신포국제시장 지원센터장은 “전통시장이 살아남으려면 대형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신포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닭강정, 공갈빵, 오색만두 등 먹거리는 관광객, 지역민을 모을 수 있는 ‘아이콘’이다”고 말했다.

/김지호기자 kjh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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