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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탈주민 ‘이방인’ 색안경 벗고 마음의 문 활짝

경기도 비전여성센터서 만난 통일을 준비하는 사람들

지난 5월, 정도 600년을 맞은 경기도는 ‘통일한국 중심의‘경기도 600’을 선언했다.2014년 현재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2만6천여명(14년 3월말 기준)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중 경기도에서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은 전체의 약 26%에 해당하는 6천935명이다. 북한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지리적 위치와 함께 많은북한이탈주민의 거주는 다른 시도에 비해 경기도가 통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지난 12일 경기도여성비전센터를 통해 이명숙, 이순옥 주무관과 김형수 통일교육위원(19기)을 만났다. 스스로가 북한이탈주민이기도 한 이들은 도여성비전센터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지원업무와 통일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이명숙 주무관(38·여)은 함경북도 연사군 출생이다. 지난 2004년 9월부터 한국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2년 3월 도여성비전센터로 발령받아 현재 북한이탈주민 취업지원 및 직업교육훈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밤중에도 취업 됐다고 기뻐하시며 전화가 오기도 해요. 저라는 한 사람을 통해 누군가 혜택을 보는 것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물론 이는 저 개인의 힘이라기 보다는 정부와 도, 그리고 비전센터가 이뤄낸 것이예요.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가 사회와 조직에서 맡은 역할을 해내고, 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행복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이순옥 주무관(40·여)은 함경북도 김책시 출생이다. 2006년 4월부터 한국 생활을 시작, 현재 도여성비전센터 내 북한이탈주민여성상담·심리치유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센터를 찾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초기상담을 담당하며 전문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은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특히 이혼의 아픔을 많이 겪어요. 부부관계가 나빠지면 문화와 언어차 때문에 더 이질감을 느끼게 되고 하소연할 곳이 없다보니 외로움이 깊어집니다. 저는 이분들이 다시 부부의 모습을 되찾는 것을 볼 때면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김형수 위원(51)은 양강도 해산시 출신에서 태어났다. 2009년 7월부터 한국 생활을 시작한 그는 생계를 위해 시작한 통일 교육 강사일이 천직이 됐다. 현재 그는 경기도여성비전센터 경기남부지역통일교육센터를 통해 도내 초·중·고를 방문해 통일교육을 진행 중이다.

김 위원은 “통일교육을 위해 한국에서 새롭게 공부하면서 역사에 대한 안목이 넓어지는 것”과 “점차 학생들 사이에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통일에 호의적으로 의식이 변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에서 일의 즐거움을 찾고 있다.

교육자인 만큼 김형수 위원은 통일을 위해 필요한 변화들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연평도 사건 때의 일화를 전했다. 그가 당시 근무하던 회사에는 북한이탈주민 십여명이 함께하고 있었다.

“식사시간이었어요. 연평도 소식이 알려지자 한 여직원이 같이 있던 북한이탈주민 여직원에게 ‘북한사람은 다 없어져야 한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분 자녀가 해병대에 입대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정권과 일반 북한주민을 구분하는 시각이 좀 더 분명해 졌으면 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도 저희도 절대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아요.”

교육자로서 김 위원은 거시적인 시각에서 다방면으로 상황을 진단했다. ‘남·북한 어린이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차이’로 이어진 그의 이야기는 세뇌교육의 성격을 띤 북한의 역사와 통일 교육을 받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어떻게 이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그리고 현재 자신들을 호칭하는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명칭에 대한 고민까지 차근차근 말을 이었다.

김 위원이 말을 마치자 이명숙 주무관이 말을 받았다. “김형수 선생님처럼 전반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고민하시는 분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통일이 보다 빨리 찾아 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저는 그렇게 광범위하게 까지는 생각하지 못해요. 제 자리에서 북한이탈주민과 통일을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일반 업무를 하며 내가 성장을 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이명숙 주무관은 첫 아이가 어릴때 한국으로 왔다. 둘째 아이는 한국에서 낳았다. “저는 남한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구성원으로 같이 발전해 갈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요. 주부고 엄마니까, 제가 잘 정착해서 내 자식을 잘 먹여살리자는 생각이 강한 탓일까요?”

이순옥 주무관이 이에 공감했다. “부모가 사회에 잘 정착해야 자녀들도 안정될 수 있어요. 어느 날 아들이 엄마가 사회복지사 활동을 하고 부터 자기와 눈높이를 맞춰주려고 해서 좋다고, 학교가서 자랑도 한다고 말해줬어요. 엄마로서 자녀가 나를 인정해 줄 때 큰 기쁨을 느끼고, 아이도 엄마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고 있음을 느끼면 학교생활에 안정감을 갖게 되요.”

이순옥 주무관은 아이들이 자신이 북한이탈주민인 것을 주변에 당당히 밝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그 것을 넘어서야 아이가 튼튼하게 사회에 뿌리 내릴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이명숙 주무관도 자녀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아이가 어느날 집에 돌아오면서 ‘엄마, 엄마 통일이 되면 좋데’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뭐가 좋다더냐’고 물었더니, ‘북한 자원이 많고 남한은 자원이 없어서 통일되면 좋데’라고 하더라고요. ‘통일’의 ‘통’자도 모르던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교육이 참 중요하구나 생각했어요.” 이명숙 주무관은 한국에서 통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에 많은 희망을 발견하고 있는 듯 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이명숙 주무관은 “정부와 도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제도적으로 마련한 혜택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 사람과 북한이탈주민 모두가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함”도 강조했다.

이순옥 주무관 역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북한이탈주민은 가슴에 상처가 있어요. 그리고 낯선 한국 사회에 벽을 느껴요. 스스로가 좋은 관점을 가지고 남한 사회 분위기를 받아들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아직 일부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이방인’취급 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따뜻한 마음, 좋은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기 일을 찾은 분들은 사회적응이 보다 수월해 져요. 저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 취업지원이 좀 더 확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형수 위원이 마지막 바통을 이어 받았다. “북한이탈주민들은 하나원에서 교육을 마치면 전국으로 거주지를 배정받습니다. 하지만 경기도가 일자리도 많기 때문에 각 지에서 일을 찾아 경기도로 오는 사람이 많아요.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아마 50~60%가 경제활동을 위해 경기도에서 생활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우리 경기도가 타 시·도보다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박국원기자 pkw09@

 

/사진=조대형기자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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