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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낭만과 여유로움… 무대를 가득 채우다

수원화성국제음악제 ‘존 메네시&김대진 리싸이틀’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오랜만에 피아니스트로 돌아와
존 메네시와 완벽한 호흡 선보여


편안하고 여유로운 무대 선사
클래식에 대한 벽 허물어


‘메트’ 데뷔 30주년 맞이한
소프라노 홍혜경, 폐막공연 장식

 



앵콜곡을 위해 다시 무대에 자리한 김대진과 존 메네시. 건반 위로 향하던 김대진의 손이 순간 멈칫 하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찾는다.

땀을 닦을 손수건을 짐작하고 좌석 뒤로 기대던 몸이 곧 박수와 함께 다시 무대로 쏠린다.

웃음바다가 된 객석의 웅성거림과 함께 그의 주머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두 개의 선글래스.

그 중 하나를 건네 받은 존 메네시는 기다렸다는 듯 선글래스를 써 보이곤 한껏 분위기를 잡는다.

앞선 연주 중간중간에도 소소한 위트를 담은 제스쳐로 분위기를 화기기애애하게 만들던 두 사람의 마지막 ‘한방’에 객석은 다시금 유쾌함을 입었다.

 


이어 “거슈윈!”이라는 존 메네시의 짧은 한 마디와 함께 앵콜곡 ‘I got rhythm’이 연주됐고, 관객은 환호 속에 마지막 곡을 온 몸으로 즐겼다.

지난 20일의 ‘존 메네시&김대진 리싸이틀’을 택한 이유는 오랜만에 피아니스트로 돌아온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의 무대를 보기 위해서 였고 또 지역에서 자주 보기 힘든 목관악기 중심의 연주회기 때문이었다.

이날 무대에선 뿔랑(F.Poulenc)의 클라리넷 소나타, 브람스(J.Brahms)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1번과 2번, 드뷔시(C. Debussy)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랩소디가 연주됐다.

한 대의 피아노와 두사람의 연주자 그리고 한 명의 보조자 뿐으로 단출한 무대는 여유로워 보였다. 이 여유로움은 개막콘서트에서 부터 느낀 일관된 감각이다.

이러한 감성은 3차례의 리싸이틀과 야외 프린지 공연 등을 선보인 이번 수원화성국제음악제 곳곳에서 발견됐다.

클래식 공연에 대한 감상은 때론 어려운 일로 생각되곤 한다. 이번 수원화성국제음악제 본 일정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클래식이라고 하면 ‘수원’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는 김대진 예술감독의 포부에 “어떻게 일반 시민들이 클래식에 쉽게 다가가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따라 붙은 이유다.

이에 대해 김대진 예술감독은 “특히 기악곡은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가 느끼는 감성에 충실히, 자연스럽게 느끼면 될 뿐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느끼는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클래식의 접근법”이고 설명했다.

이날 김대진과 존 메네시의 무대 역시 클래식에 대한 어려움이라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참 슬프고도 황당한 일이지만 항상 위대한 작곡가들은 클라리넷 협주곡을 작곡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런 의미에서 클라리넷을 위한 곡을 작곡하는 것은 건강에 해로운게 아닌가 싶다.(웃음)” 등.

존 메네시가 연주에 앞서 전하는 위트 있는 곡 소개에 관객은 매번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이와 함께, 곡과 악장 중간중간 김대진과 눈을 맞추며 소소한 장난을 주고 받는 모습, 그리고 클라이막스와 곡의 마지막 부분에서 서로 완벽한 호흡과 교감을 보여준 두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연주 프로그램 역시 이를 염두한 듯 밝고 명랑한 곡들로 채워졌다. 작곡가 아르튀르 오네게르에 대한 헌정곡이기도 한 뿔랑의 ‘클라리넷 소나타’는 그럼에도 뿔랑 특유의 유쾌함이 지배적인 곡이다. 마지막 곡인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1번 역시 편안하고 느긋한 분위기의 3악장에 이어진 활기찬 분위기의 4악장이 무대를 환하게 만든다.

보드랍게 읊조리듯 흘러나오는 클라리넷의 서정적인 음색과 피아노의 풍성한 선율은 서로 풍경과 서사를 번갈아 주고 받는 듯 하모니를 이뤘다.

조지 거슈윈의 ‘I got rhythm’으로 개운하게 마무리된 공연에 대한 만족감은 다음날 열린 폐막콘서트로 이어졌다.

궂은 날씨에도 객석엔 관객이 가득했고, 잔디밭에도 많은 관객들이 자리해 무대로 눈과 귀를 던지며 여름밤을 음악의 향기로 채웠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소프라노 홍혜경이 오페라의 유명 아리아를 모아, 감동을 전한 마지막 폐막공연은 막을 내린 수원화성국제음악제와의 다음번 랑데뷰를 기다리게 하는 여름밤의 풍경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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