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0 (토)

  • 구름많음동두천 27.2℃
  • 구름많음강릉 31.5℃
  • 서울 26.5℃
  • 천둥번개대전 24.0℃
  • 구름조금대구 27.5℃
  • 구름많음울산 29.3℃
  • 광주 23.9℃
  • 구름많음부산 27.4℃
  • 흐림고창 25.2℃
  • 구름많음제주 31.9℃
  • 흐림강화 25.2℃
  • 흐림보은 24.5℃
  • 흐림금산 23.8℃
  • 흐림강진군 26.9℃
  • 구름많음경주시 30.3℃
  • 구름많음거제 26.8℃
기상청 제공

산이 좋은 보통사람, ‘神의 정원’ 히말라야로 초대하다

트레킹은 힘든 길을 걷는 다는 게
인생과 닮은 것 같아요

그대로 멈춰서면 죽을 수 밖에 없으니
힘들어도 다시 걸어야죠

 

의왕시에서 논술학원 운영
2006년 안나푸르나 첫 트레킹
이후 1년에 한번꼴 히말라야 찾아

정보 부족 느껴 직접 책 출간
8번째 목적지 카라코람 여정 기록
5개 베이스캠프 위한 입문서
사진촬영도 능숙 절경 담아내

왜 편안한 일상 뒤로하고
히말라야 찾는지에 대한 대답


유 영 국‘신들의 정원, 하늘길을 걷다’ 저자

최근 히말라야 카라코람산맥의 K2발토르 트레킹의 이야기가 담긴 책 ‘신들의 정원, 하늘길을 걷다’가 출간됐다.

매 페이지마다 실린 히말라야의 절경은 때로 험난함을 느끼게 하지만, 그 속에서 일생에 빛나는 경험을 쌓아올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든다.

놀랍게도 저자는 전문 산악인이나 등반가는 아니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논술학원을 운영중인 저자 유영국(56)은 단지 산을 즐기는,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할 줄 아는 보통의 사람이다.

▲ ‘산’과의 인연

유 원장은 경남 창원, 마산의 무학산 자락에서 태어났다. 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때론 땔감을 구하기 위해 찾아야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무학산은 그와 친구들의 놀이터가 돼 줬고 산은 그런 그의 유년의 일부였다.

“산은 어려서부터 좋아했어요. 산에 가면 마음이 편했습니다. 제가 조금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부대끼기 보다는 종종 홀로 산에 가는 게 좋았습니다.”

대학진학 후 유 원장은 시간이 날때마다 지리산, 설악산 등 국내 명산을 찾아다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국내에 이름난 명산은 안가본 곳이 없게 됐다.

등산을 즐기며 그가 40대 후반에 들어선 2006년, 아직 ‘트레킹(trekking)’이 지금만큼 익숙한 단어가 되기 전이던 그 때, 그에게 평소 오지를 찾아다니며 여행을 즐기던 친구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제안해 왔다.

 

 

 

이미 국내 명산을 두루 섭렵한 그에겐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그래, 알겠다”고 간단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 첫 트레킹 - 안나푸르나

“돌아오는 내내 ‘내가 왜 이짓을 했나’하는 생각뿐이었어요.”

그의 첫 트레킹 소감이다. 처음 나선 트레킹에서 그는 쓴 맛을 보고 말았다. 고산증에 걸려 트레킹하는 내내 불편한 몸을 힘겹게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후회로 가득찬 첫 트레킹은 그대로 마지막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한달이 지났을 무렵 어느새 그의 머리에는 고생했던 기억은 사라지고 히말라야에 대한 그리움만이 남아있었다.

“어떤 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점점 히말라야가 그리워지기 시작했고, 그리움이 쌓이다 보니 결국 다시 찾게 됐습니다. 한번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온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뉘다고 합니다. 한번 가면 다신 찾지 않는 사람과 한번 다녀온 후 매료되서 다시 찾지 않으면 못배기는 사람. 후자를 ‘히말병’에 걸렸다고 하는데, 저 역시 후자였던 겁니다.”

다음해인 2007년 네팔 어퍼 무스탕 트레킹으로 히말라야를 다시 찾은 유 원장은 1년에 1회 꼴로 히말라야를 찾았다.

이번 책 ‘신들의 정원, 하늘 길을 걷다’는 그의 8번째 트레킹 목적지이자,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 ‘K2’를 보유한 히말라야 카라코람 (Karakorum)을 찾은 지난해의 여정이 기록돼 있다.



▲ 카라코람

히말라야산맥은 파키스탄, 인도, 네팔 등에 걸쳐있다. 카라코람은 파키스탄에 속해 있는 히말라야의 서북쪽 산맥이다. 특히 카라코람은 히말라야에 산맥을 따라 솟아 있는 14개의 8천m급 봉우리 중 5개(K2, 낭가파르밧, 가셔브롬1, 가셔브롬2, 브로드피크)의 봉우리가 위치해 있다.

그가 이번 책 ‘신들의 정원, 하늘길을 걷다’를 펴낸 것은 준비과정에서 느낀 정보의 부족함 때문이다.

2013년, 어느새 8년차 트레커가 된 그는 자연히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다른 트래커들과 자신의 경험을 교류했다. 그러던 중 한 트레킹 인터넷 까페에서 ‘파키스탄 K2 트레킹’팀을 모집한다는 글을 발견한다.

40일이라는 긴 일정에 부담을 느꼈지만,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은 마음을 아내 남기선 씨가 헤아려줬다.

“매년 2~3주씩 자리를 비우는 동안 아내가 학원일은 대신해줘야 하기에 이번엔 좀처럼 미안해서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는데, 예상외로 아내가 허락을 해 줬습니다. 제일 큰 감사를 전할 사람이예요.”

그는 곧 팀에 합류해 카라코람으로의 여정을 준비했다. 하지만 인터넷 이 곳 저 곳을 뒤져봐도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

결국 그는 이번 여정을 기록해 책을 출간할 결심을 했다. 중앙대 사진연구회 소속으로 4회의 사진전에 참여할 만큼 촬영에도 능숙했던 유 원장은 여정 내내 강렬한 느낌을 받은 순간순간을 포착하며 셔터를 눌렀다.



 

 

 

▲ 신들의 정원을 함께 걷다

숙식을 제공하는 ‘롯지’가 있는 경우에는 홀로 트레킹에 나설 수도 있으나, 카라코람은 지대의 특성상 롯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유 원장이 속한 트레킹 팀은 40일간의 식량과 텐트를 비롯한 많은 짐들을 동반해야 했다.

이 경우엔 현지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아 가이드와 포터 등 현지 스텝진을 꾸리게 된다. 11명으로 구성된 유 원장 일행에게는 60여명의 스텝과 함께 몇마리의 당나귀도 동원됐다.

책 속에는 카라코람의 절경과 함께 여정을 함께 한 트레커들과 스텝들의 사진도 곳곳에서 눈에 띤다.

“빙하가 녹아 갑작스레 길이 강으로 변했어요. 우리 같은 사람은 10초도 견디기 힘든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살을 포터들의 도움으로 건너면서 고마움을 많이 느꼈죠. 그런데 고도가 올라가면서 설원을 지날 때 보니까 포터 중에 선글라스를 살 돈이 없어 설맹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챙겨간 여분의 선글라스와 연고를 건네며 응급처방을 하기도 했지만 측은한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한번은 포터의 실수로 가져간 휴대용 정수기가 부서져 정수하지 못한 빙하물을 그대로 마시게 된 통에 배탈로 고생하기도 했다.

“빙하라고 하면 깨끗한 얼음일거라 생각되지만, 카라코람의 빙하에는 석회질이 많아서 정수를 해서 마셔야 해요. 포터들과 서로 가져간 지사제를 주고 받아 써봤지만 소용은 없더라고요.”

40일의 여정 속에서 현지 포터들은 단지 짐꾼이 아닌 함께 길을 걸으며 동고동락하는 동료이자 가족이었고, 그 속엔 카라코람의 험난함을 견뎌내게 하는 따스한 정이 있었다.



▲ ‘신들의 정원, 하늘길을 걷다’

“이 책은 크게 보면 카라코람의 5개 베이스캠프를 위한 트레킹 입문서이자 에세이예요. 왜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일상을 뒤로 하고 히말라야를 찾는지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정상 히말라야를 찾지 못하는 분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히말라야의 대자연을 느껴볼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생각도 합니다.”

책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그는 홀가분한 듯 말을 쏟아냈다. 그 역시 여느 트레커들 처럼 삶에 대한 답을 찾아 히말라야를 나서지만 아직 뚜렷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 깨달음을 얻었다면 제가 지금 여기 있겠어요?”라며 그는 웃었다.

유 원장은 앞으로도 체력이 닿는 한 꾸준히 히말라야를 찾을 예정이다. 8천m급인 14개의 봉우리 베이스캠프를 모두 찾는 것이 일단 그가 세운 목표다. 앞서 안나푸르나, 마나슬루, 에베레스트의 베이스캠프를 찾았고 이번 5곳을 합해 현재 총 8곳을 방문했다.

물론 아내의 허락은 필수다.
 

 

 


“올 10월에 다울라기리산을 계획하고 있는데, 잘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한동안 자리를 비우게 되면 혼자 학원을 운영해야할 아내가 걱정이죠.”

그런 그에게 히말라야 트레킹은 어떤 의미일까.

“트레킹은 힘든 길을 걷는 다는 게 우리 인생과 닮은 것 같아요. 안갈 수 있고 주저 앉을 수 있지만, 그대로 멈춰서면 죽을 수 밖에 없으니 힘들어도 다시 걸어야죠. 그래도 체력만 따라주면 누구나 트레킹에 나설 수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히말라야에 펼쳐진 무지개를 만날지도 몰라요. 한번쯤 힘들고 외로울 때 가면 분명 진정한 ‘힐링’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박국원기자 pkw09@

/사진=노경신기자 mono316@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