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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염색 맥 잇고 마을기업 일으킨 ‘쪽빛 마술’

 

경기신문 연중기획

사회적 경제기업 탐방
한국천연쪽협동조합


화학염료의 유입으로 맥이 끊어진 전통염색이 부활하고 있다. 최근 전통염색이 주는 색상의 아름다움이 재인식되고 항균, 살균, 해독효과 등 식물성 연료가 가진 건강한 ‘색’(色) 효능이 부각되면서 자연에서 색을 얻는 조상들의 지혜가 재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잇꽃(홍화)에서 붉은색, 치자로부터 황색, 자초에서 보라색을 만들어 냈다.

다양한 전통염색 가운데 색을 내기 가장 어렵고 아름다운 빛깔을 지닌 쪽.

이천시 마장면 산골의 5가구 주민들이 짙은 분홍빛 쪽꽃으로 물드는 마을기업을 만들어 전통염색의 맥을 잇고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쪽 천연염색 연구 김성동 대표

6년 전 이천시 마장면 귀농

전통염색 고도의 기술력 갖추고

5가구 힘 합쳐 마을기업 거듭나



아름다운 색은 물론 항균력 월등

2012년 G창업프로젝트 선정

스카프·이불 등 제품 개발 탄력

현재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등 유통




◆ 쪽빛 마을로 거듭난 이천 마장면

“70~8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이곳에 낯선 젊은이가 와서 식물을 묵묵히 키우고 수확하는 모습을 보고 대견하시더라. 그러다 보니 땅도 빌려주시고 수확도 도와주시고…”

이천시 마장면 작촌로 산길 막바지에 위치한 한 작은 마을이 쪽 천연염색을 연구하는 젊은 귀농인이 정착하면서 천연 쪽 염색의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변화를 주도한 것은 6년 전 이곳으로 귀농한 ‘한국천연쪽협동조합’ 김성동(43) 대표.

그는 과천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천연염색 교육을 해오다 쪽에 대한 연구를 위해 이 마을로 귀농, 노는 땅을 빌려 쪽을 재배하고 전통적인 염색기법을 연구했다.

“이 귀한 걸(쪽) 장롱 속에만 넣어두면 안되잖아. 써야 좋은 걸 사람들이 알고 그럼, 문화가 되고 전통이 되는 데 혼자서는 힘이 들더라.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함께 할 수 있느냐 여쭤봤는데, 흔쾌히 승낙 하시더라”라며 김 대표는 마을기업 시작의 계기를 전했다.

약 8천260㎡(2천500평) 규모의 쪽 재배지로 거듭난 이곳은 ‘어름박골 쪽빛마을’로도 유명하다.

‘어름박골 쪽빛마을’이란 지명은 여름에도 얼음이 박힌 것처럼 시원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라는 의미와 쪽을 생산하고 유통·교육시키는 거점이라는 마을기업의 특성을 살린 이름이다.

어름박골 쪽빛마을은 안창호 정신을 계승한 할아버지, 야생화분재 전문인 할머니, 손바느질 전문인 할머니, 조각가 등 각종 분야 전문가와 쪽 천연염색 전문가 등 5가구가 힘을 합쳐 한국천연쪽협동조합(대표 김성동)을 설립, 한 단계 진화한 마을기업으로 거듭났다.

소득작물이라곤 벼와 밭작물이 전부였던 작은 마을이 천연염색 재료인 ‘쪽’의 허브로 재탄생한 것이다.

특히 ‘쪽 천연염색’이라는 특수한 아이템은 지난 2012년 G창업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R/D 연구를 전담하는 ‘킨디고’가 설립, 제품 개발에도 탄력이 붙였다.

그 결과 쪽으로 염색한 손수건을 비롯해 스카프, 베게, 이불, 천연염색 인형 등 다양한 제품화에 성공한다.

현재 이 제품들은 이천시 공동브랜드로 선정돼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과 서울 목동 행복백화점, 마장 프리미엄 휴게소 등에 유통되고 있다.

 

 

 

 

 



◆ 마술과 같은 천연염색 과정

쪽이라는 식물은 쪽빛바다라는 말처럼 맑고 푸른 색소(indigo)를 얻을 수 있는 마디풀과 한해살이풀로 1년 농사를 지어야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식물이다.

쪽은 색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살균력과 항균력이 뛰어나 예로부터 옷이나 귀하게 보존해야하는 문서의 염색에 많이 쓰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쪽을 재배하고 염료를 뽑아 염색하는 천연 기술은 전통염색 기법 중에서도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어름박골 쪽빛마을’과 ‘한국천연쪽협동조합’의 탄생에는 김성동(43) 대표가 보유한 쪽 염색 기술이 있어 가능했다.

쪽은 보통 어른 허리춤까지 자라면 재배하며 베어낸 쪽은 갈아 얼음물로 우려낸다. 전통염색 기법 대부분이 끊인 물을 사용하는데 반해 쪽 염색은 유일하게 차가운 얼음물을 이용한다.

다음은 쪽 염색에서 가장 어려운 발효 과정이 이어진다. 발효에는 효모와 물엿이 사용되며 강알칼리의 쪽 물과 만나 산화 작용이 발생한다.

이 같은 발효 과정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색소 원액에 아무리 천 등을 담가 염색을 하려고 해도 물이 들지 않는다. 보통 이러한 발효 과정이 쉽지 않아 가성소다로 화학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 과정들이 제대로 실행되면 쪽 물을 입힌 천 등은 처음 초록색 빛을 띠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파란 바다와 같은 쪽빛으로 변하게 된다.

때문에 외국인들은 이 같은 우리나라의 쪽 천염 염색 과정을 빗대 ‘매직’(마술)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 착한 기업, 이것만은 우리가 최고

시원한 쿨링·세균 억제 효과 등 쪽의 기능 최적화

항균 기능성 속옷

◇‘쪽’으로 염색한 항균 기능성 속옷 제품

- 시원한 쿨링 기능으로 땀이 차지 않아 낭습증의 원인이 되는 곰팡이균 억제

- 쪽의 항균, 살균력으로 외부 세균 막아 전립선 질환 예방

- 너도밤나무에서 추출한 100% 천연 섬유 사용



◇제품 개발 후기

옷은 제2의 피부다. 전통의 방식으로 자연과 사람의 건강을 생각해 직접 재배하고 염색한 쪽의 기능을 최적화한 제품이다.

항균, 소취, 열 내림, 자외선 차단 등 쪽이 가진 고유의 효능을 신체와 가장 접촉이 밀접한 속옷에 결합한 것이다. 특히 이 제품은 지난해 사관학교 창업사업화에 선정돼 사업화가 진행, 개발에 성공한 제품이다.

 

 

 

 

 

 

 

 

 



“세계 속의 쪽 마을, 행복한 삶의 터전으로”

천연염색 중 가장 어려운‘ 쪽 염색’

해열·방충 등 활용 범위 넓어

화장품·건강기능성식품 등 도전

마을 전체 체험학교 운영 박차

수익 일부는 이웃·마을발전에 사용



김 성 동 한국천연쪽협동조합 대표

“한국의 우수한 전통유산인 쪽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세계 속의 쪽 마을로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천연쪽협동조합’과 ‘어름박골 쪽빛마을’의 중심에 선 김성동(43) 대표는 앞으로의 포부를 이같이 밝히고 “쪽을 축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며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마을공동체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그는 “귀농 귀촌하는 분들이 오래 하지 못하는 이유가 축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행복한 삶의 터전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는 “마을기업 수익의 15%는 지역사회에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며 매출액의 3분의 1은 마을의 다양한 시설 확충과 마을 발전을 위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왜 ‘쪽’을 선택했나.

많은 천연염색 중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쪽 염색을 통해 제대로 된 제품이 생산되지 못했다. 쪽 농사를 지어서 색소를 추출한다고 해도 발효 기술을 보유하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다. 오랜 시간 쪽 연구를 통해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고 이를 이용해 쪽을 파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쪽은 항균, 살균, 항균, 해열 등의 효과를 비롯해 모기 등을 쫓는 방충효과도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단기적인 사업 계획은.

마을 전체를 체험학습장으로 꾸며 ‘자연체험학교’로 운영할 방침이다. 쪽 염색을 선보일 교육장도 이미 공사를 마쳤다. 쪽 재배도 더 늘리고 다양한 쪽 염색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전통방식인 발효를 통한 쪽 염색 제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싶다. ‘쪽’을 활용한 화장품 및 건강기능성 식품에도 도전해 볼 계획이다.



마을기업 선정의 혜택과 아쉬운 점은.

최근 쪽으로 염색한 속옷을 개발했다. 개발 당시 이 제품의 가격이 3만5천 원 가량이었다.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마을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인건비와 제품 생산 비용 등을 일부 보조받았다. 그 결과로 쪽 염색 속옷 제품이 현재 2만5천원으로 저렴해지는 가격 경쟁력을 얻었다. 다만 수많은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 제출 서류가 너무 많아 본연의 일을 못 한다.

/홍성민기자 hsm@

/사진=노경신기자 mono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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