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0 (토)

  • 구름많음동두천 25.2℃
  • 맑음강릉 30.0℃
  • 구름많음서울 26.3℃
  • 흐림대전 25.2℃
  • 구름조금대구 26.0℃
  • 구름많음울산 27.6℃
  • 흐림광주 25.5℃
  • 흐림부산 26.7℃
  • 흐림고창 24.8℃
  • 구름많음제주 30.6℃
  • 구름많음강화 24.4℃
  • 구름많음보은 23.0℃
  • 흐림금산 24.3℃
  • 흐림강진군 26.2℃
  • 맑음경주시 27.4℃
  • 구름많음거제 25.9℃
기상청 제공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 극 몰입도 최고!

희극의 거장 레이 쿠니의 연극 ‘오, 마이 달링’

 

작가 레이 쿠니가 본인 작품중

“가장 사랑하는 작품” 자평



청담동의 고급 모피 가게 배경

‘불륜’ 소재 인물간 갈등 다뤄



탄탄한 캐릭터·치밀한 구성

상황극의 진수 선보여



분당소극장서 20일까지 공연

 



15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라이어’ 시리즈로 알려진 희극의 거장 레이 쿠니의 연극은 거짓말에 거짓말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상황을 타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일부터 분당소극장에 오른 ‘오, 마이 달링’은 그런 레이쿠니가 자신의 작품 중 “관객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라 자평한 만큼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는 연극이다.

‘라이어’ 시리즈와 ‘룸넘버 13’과 마찬가지로 연극 ‘오 마이 달링’ 역시 사건의 발단은 ‘불륜’이다.

두 집 살림을 하는 택시기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라이어’와 야당 총재의 비서와 바람난 여당국회의원이 주인공인 ‘룸 넘버 13’은 모두 ‘불륜’이 발단이 돼 거짓말이 시작된다.
 

 

 

 


이번 작품 ‘오 마이 달링’의 배경은 청담동의 한 고급 모피가게 ‘디오르골’. 주인공은 디오르골의 이사인 ‘박병수’다.

대표이사인 부인에게 꽉 잡혀 사는 박 이사의 불륜 상대는 세계적인 리도쇼(세계 3대 카바레 쇼 중 하나) 주인공인 신 댄서다. 신 댄서의 남편은 강남 일대를 주름잡는 추 보스. 그러나 추 보스 역시 자신의 비서인 맹 사랑과 불륜 중이다.

정상인 것은 디오르골의 디자이너 유와 부티크의 수석 비서인 나 비서. 디자이너 유는 나 비서를 짝사랑 중이다.

연극은 신 댄서와 뜨거운 밤을 보내기 위해 천만원짜리 모피코트를 선물하려는 박 이사의 계획에서 시작된다. 그의 계획에 동참한 디자이너 유가 첫 포문을 열면서 불어나기 시작한 거짓말이 등장인물 모두에게 번져가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레이 쿠니의 작품에서 극을 중심적으로 이끄는 것은 언제나 개성넘치는 캐릭터다.

거짓말을 지켜내기 위해 캐릭터들이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기 시작하면 관객의 눈과 귀 역시 무대에 고정되기 시작한다. 극이 진행되며 배우들이 숨을 헐떡이기 시작하면서 객석의 웃음은 주기를 줄여가고 몰입은 최고조에 달한다.

어느새 땀을 흘리며 혼잣말인지 방백인지 헷갈리는 대사들이 오갈 때면, 객석은 이들의 거짓말이 밝혀지지 않기를 응원하게 되는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레이 쿠니의 연극은 이처럼 거대한 이야기와 이를 함축하는 스토리의 힘 보다는 ‘불륜’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둘러싼 인물들의 캐릭터가 뿜어내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시작된 하나의 거짓말과 이를 타개하려는 캐릭터들의 숨가쁜 화학작용이 관객을 매료시키는 요소다.
 

 

 

 


공연을 마치고 나서며 웃음기가 반쯤 빠지면 이들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작은 악인’임과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마무리가 작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1시간여를 이끄는 캐릭터들의 치밀한 합과 대화의 구성은 또 다른 감탄을 끌어내며 상황극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것 역시 레이쿠니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묘미다.

한국 정서에 맞게 약간의 각색을 거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의 이름이 익숙해 졌다. 특히 디자이너유의 본명이 ‘유제석’임을 확인하고 나면, ‘무한도전’이 떠오른다.

장수 프로그램으로 오랜 사랑을 받고 있는 무한도전의 강점 역시 개성넘치는 캐릭터들과 그들의 상황극이다. 방송 대부분의 분량을 책임지는 각 맴버들이 상황극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오 마이 달링’ 속 캐릭터에 무한도전 맴버들을 대입하는 소소한 장난도 치게 된다.

치부를 희화화하는 방식은 희극의 기본을 보여주며, 캐릭터를 빼고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은 무대는 그 만큼 타 연극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배우들의 노련함과 캐릭터의 탄탄함을 느끼게 한다.

이문식, 안내상, 정재영, 이종혁 등 연극 ‘라이어’의 초연멤버 출신 배우들이 강렬한 캐릭터로 안방을 사로잡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극의 원제는 ‘Not now Darling’이다. 앞서 ‘달링’이라는 제목으로 몇차례 공연됐으나, 정식 라이센스를 가진 공연은 올해 초연이다.

오는 20일까지 공연하며, 전석 3만5천원이다. (문의 분당소극장 031-707-8219)

/박국원기자 pkw09@

 







배너


COVER STORY